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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20년 … 남북 경제통합에 거울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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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90년 독일 통일이 되자 콜 총리는 3~5년 이내에 동독 지역 주민들도 서독과 같이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줬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동·서독 간의 소득이 균등화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이런 독일을 바라보면서 자연히 북한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통일 당시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의 33%, 인구는 서독의 26.3%였다. 반면 2008년 북한의 1인당 GDP는 한국의 5.5%, 인구는 48%에 그친다. 남한 사람 한 명이 떠안을 부담이 서독 사람 한 명보다 11배나 크다는 뜻이다. 서독은 세계 경제 2위, 수출 1위 국가였고 동독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업이 가장 발전됐으나 통독(統獨) 후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을 가늠케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의 실패한 통합 과정과 중국의 성공한 성장 과정은 정책적인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은 78년 이후 지금까지 연간 10%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2010년 세계 경제 2위로 올라섰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시장개방 정책이 촉매 역할을 했지만 성장 과정 초기 집단경작체제를 완화하고 민간에 농지를 배분해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 성장을 이끈 요인이었다. 경작자에게 경작지를 배분하고 수매가격을 상향 조정해 민간에 경제활동 참여의 동인(動因)을 제공한 것이다. 개혁 초기인 81년 일일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던 빈곤 인구는 7억3000만 명(인구의 73.5%)이었는데 87년에는 4억1000만 명(38%)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후 본격적인 국제화가 이뤄지면서 2005년 빈곤인구는 1억1000만 명(8.1%)으로 더욱 감소했다.

 이에 반해 독일은 정부 주도로 통일 후 경제통합 과정을 이끌었다. 동독의 생산력은 통일 초기 서독의 7%에 불과한데도 1 대 1 화폐교환과 임금교섭을 통해 임금 수준이 10년 만에 서독의 90%에 이르렀다. 자연스럽게 동독 회사들은 제품 경쟁력을 잃게 돼 파산하고 대규모 실업을 초래했다. 정부는 산업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실업지원 재원을 채권 발행과 조세를 통해 조달했다. 매년 1000억여 달러를 지원했지만 동독의 실업은 높아가고 동·서독 간 소득 차이도 크게 좁히지 못했다. 즉 독일은 경제통합 과정에서 과도한 임금과 서독 제도의 이식 등 잘못된 정책이 통합의 걸림돌이 됐다.

 두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북한과 통일이 이루어진 후 경제 통합 과정에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연착륙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영화되는 북한의 기업 또는 농장 지분을 해당 근로자에게 보전하거나 자신의 거주지에서의 산업활동에 대한 지원 등의 혜택을 줘 급격한 인구 이동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적절한 남북한 화폐교환율 설정, 생산성과 연계한 임금 지불, 민영화 기업의 지분이나 경작지 제공을 통해 근로자와 농민에 대한 인센티브 배분이 이루어질 때 독일과 같은 통합의 어려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