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역할 '분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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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변할 것이다. 재계의 단합,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지상 과제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지난 22일 연임 기자 회견에서 전경련의 재편에 나설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못하고, 참여정부와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를 의식한 발언이다.

강 회장은 우선 ▶회장단은 재계의 단합을 도모하는 친목 모임으로 한정하고 ▶ 업종별 위원회를 신설 또는 강화해 대정부 접촉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가 일치하는 기업들끼리 모여있는 업종별 위원회가 직접 정부와 접촉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회장단은 정부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재계를 대변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회장단 회사끼리도 이해 관계가 달라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강 회장은 또 "회장단은 재계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회장단은 의사 결정보다 친목 도모에 치중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현명관 상근부회장은 사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 부회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내가 삼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마치 전경련이 삼성만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오해받는 게 부담스럽다"며 "재계 단합에 도움이 된다면 사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 개편 방향도 논의되고 있다.

강 회장은 "연구개발 진흥이나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등을 한경연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경연은 정부정책 비판에 총대를 맸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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