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남북 문화교류 디딤돌 놓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윤이상 평화재단의 설립 자체가 고인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아니겠습니까. 출범식에 유가족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윤 선생의 부인 이수자 (78)여사를 초청했어요. 현재 평양에 머물고 있는데 '남편의 혼이라도 고향에 묻고 싶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23일 윤이상 평화재단 설립추진위원회의 대표 발기인 모임에서 이 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박재규(61)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국제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경남대와 북한대학원 대학교 총장을 겸직하는 바쁜 처지라 처음엔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윤이상의 음악이 남북 문화교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어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주무장관으로 있었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이상 평화재단의 모태는 1998년 불교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윤이상 명예회복추진위원회'. '이제는 고인 음악의 연주와 보급에 활발히 나서야한다' 는 취지에서 원택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과 소설가 황석영씨, 이강일 나사렛한방병원장 등이 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원택 스님과 이강일씨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부이사장에 선임됐다.

윤이상 평화재단은 다음달 18일 호암아트홀에서 창립대회 겸 기념 음악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박 이사장은 "윤이상 선생의 10주기라는 뜻깊은 해인 만큼 올해 중 ▶평양 윤이상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다큐 영화 제작 ▶음반의 국내 출시▶기념관 설립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며 "평양의 윤이상음악연구소를 파트너로 삼아 서로 교류를 활발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양 조선국립교향악단이 녹음한 윤이상의 칸타타'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1987)와 교향시'광주여 영원히'(1981)는 유니버설 뮤직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식 발매될 예정이다.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는 박두진.문익환.고은.백기완.문병란.양성우.김남주씨 등의 시를 가사로 한 합창과 관현악.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