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허브 속의 치유성분, 한국 화장품 소비자도 만족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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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등 한방 원료는 최근 서양에서도 주목받고 있어요. 한국은 식물의 효능을 아주 잘 이해하는 나라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허브클리닉인 네이피어스(Napiers)사의 CEO 디 앳킨슨(49·여·사진)이 LG생활건강 초청으로 방한했다. 네이피어스는 LG생활건강이 최근 출시한 허브화장품 브랜드 ‘빌리프’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앳킨슨은 “한방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한국 시장이 매우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의 허브 원료가 접목된 최초의 화장품이 한국에서 탄생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그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앳킨슨은 “허브클리닉이란 말 그대로 허브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라며 “허브클리닉에서 메디컬 허벌리스트(전문 의료진)로 일하려면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전공한 뒤 국가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허브클리닉이 발달해 영국에만 700여 명의 허벌리스트가 활동 중이다. 올해 150주년을 맞은 네이피어스는 그중 가장 오래된 허브클리닉 기업이다. 보유한 허브만 300여 종으로, 매년 수만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앳킨슨은 “합성된 화학성분에 비해 자연 원료가 훨씬 안전하고 역효과도 적다”면서 “당장 효과가 생긴다고 해서 자극적인 화학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앳킨슨은 특히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의 효능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며 “일본 시세이도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화이트닝 성분 알부틴도 천연 월귤나무에서 추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이 야심 차게 내놓은 빌리프의 원료로 사용되는 네이피어스사의 허브 포뮬라는 총 11종류다. 각 포뮬라는 5~10종의 허브 추출물로 만들어졌다. LG생활건강은 빌리프로 국내에서 급성장 중인 미국 허브 화장품 브랜드 키엘은 물론 한방 화장품 1위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에도 도전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처음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앳킨슨은 “LG를 ‘전자제품 잘 만드는 회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미팅을 하며 그들이 전통 허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믿음이 생겼다”며 “까다로운 전자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라면 화장품도 잘 만들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며 웃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작용했다. 그는 “한국에서 한방 화장품이 인기가 높다는 걸 알고 있다. 한방 원료에 익숙한 한국 여성이라면 서양 허브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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