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중앙로역 화재 연구 홍원화 경북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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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전동차를 탔던 생존자를 찾습니다."

경북대 도시환경설비연구실 홍원화(건축학부.사진)교수가 참사 2주기를 맞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ecocity.knu.ac.kr)에 팝업(pop-up)창을 띄우고, 기자들에게 간곡히 요청하는 내용이다.

그가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은 당시 화재가 났던 전동차 1079.1080호에 탑승했으나 조기 탈출로 피해를 입지 않은 생존자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상자는 많은 조사.연구가 이뤄졌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이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사고 대피와 당시 정황 증언에 정답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봅니다."

홍 교수팀은 그동안 지하철 참사 부상자 148명 중 101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석.박사 과정 학생 2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조사다.

그의 연구는 어떻게 하면 이런 참사때 살아날 수 있는 지 해답을 찾는 것이다. 화재 지하철을 같이 탔는데 왜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었느냐는 물음이다. 긴박한 순간에 탑승객의 생사(生死)를 가른 요인을 밝혀 내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살아남은 부상자들의 대처 방식과 탈출 경로를 알아내는 데 매달렸다. 그들의 행동이 살아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잠정적으로 내린 부상자의 공통점은 신속한 대피였다. 사고 지하철에서 흘러나온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을 4차례나 들으며 앉아 있지 않고 즉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일본 소방연구소가 최근 구축한 대구지하철 체험 시뮬레이션에 그대로 반영됐다.

홍 교수는 부상자를 만나면서 이들보다 피해를 입지 않은 생존자들이 참사 대피에서 더 모범답안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피해를 입지 않은 생존자가 1079호는 460~500명, 1080호는 250명 내외로 추정한다. 이들 중 일부는 당시 119에 사고 사실을 알렸고 일부는 방송사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들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사고가 났는 지 어떻게 판단했고, 또 어떻게 일찍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앞으로 대구지하철 연구는 이 분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탑승자들의 협조를 구합니다." 문의 053-950-5597.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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