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뒤늦은 국방차관 전력 조사,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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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가 현직 국방부 차관의 전력을 재검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나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의 설명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효일 차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 대대장으로 참가한 전력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유 차관은 이런 경력 때문에 검찰 조사까지 받았고, 국회의 5.18 진상조사특위의 기록에도 적시돼 있다. 유독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맡은 청와대만 새까맣게 몰랐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재검증에 나선 시기도 이상하다. 유 차관의 이런 전력은 임명 당시 언론의 프로필에 나와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때는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일부 시민단체가 "과거사 규명에 방해된다"며 문제 삼고 나서자 청와대가 재조사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이러니 장군 진급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 영관급 장교들의 구속에 반대한 유 차관을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 않은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금 와서 유 차관의 전력을 왜 재조사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대대장으로 재직했던 부대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인명을 살상하거나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그의 전력 문제는 김대중 정권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비상기획위원회 사무처장에 임명될 때 검증된 바 있다. 더구나 당시 그는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한 군인의 신분이었음을 참작해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정책적 목표에 따라 특정 전력을 가진 인사를 기용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임명된 지 6개월이나 지난 차관의 알려진 전력을 재조사하겠다는 청와대 발표는 성급하고 부적절했다.

청와대는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 정권이 다면평가 등 새로운 인사를 선보이겠다며 신설한 게 인사수석실 아닌가. 이와 함께 청와대 인사 시스템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