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출 감시 위원회가 대법원의 관리 감독 받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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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법원은 공탁금 출연금의 관리를 투명하게 한다는 취지로 2008년에 독립기구인 공탁금관리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위원회는 인적 구성이나 집행 내역 결정 등 운영 면에서 모두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10명 가운데 위원장(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해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가 3명이다. 또 공탁법상 대법원이 위원회를 관리 감독하도록 돼 있다. 결국 대법원이 위원회로부터 받고 싶은 만큼의 예산을 대법원이 알아서 정하고 그걸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사후 감사도 대법원이 하는 구조인 셈이다.

위원회에는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 이외에 대한변협·법무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 교수, 회계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가 진정한 독립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나머지 7명 위원의 감시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본지가 대법원 판사를 제외한 7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을 상대로 회의 내용과 빈도수 회계상의 문제점 등에 대해 문의했다. 취재 결과 회의는 연 2∼3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는 위원회 소속의 판사가 위원회 돈의 지급 내역을 보고하고 일부 내용에 대한 문답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위원 대부분이 위원회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는지, 세법에 규정된 외부기구의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또 지출 내역상의 문제점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역은 모른다. 법원행정처 측에 문의해 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위원회가 형식적인 기구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대 박정수 교수는 “출연금의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포함시키는 등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자체 감사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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