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기쁨 준 위아자장터서 ‘보은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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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7시 대전시 중구 용두동 서대전초등학교 후문 앞 함께하는 공부방.

공부방 밖으로 ‘나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의 오카리나 연주가 흘러 나왔다. 이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김상훈(50)·윤정희(46) 부부와 하은(12)·하선(11)·하민(8)양 등 세 딸, 요한(7)·사랑(6)·햇살(6)군 세 아들 등 한 가족 8명이다. 이들은 17일 낮 12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열리는 위아자장터 개장식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이었다.

김상훈(맨 왼쪽)·윤정희(오른쪽) 부부와 6명의 자녀가 10일 오전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김씨 가족이 위아자 장터에서 연주를 하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첫 째 딸 하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똑바로 볼 수 없는 눈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치료비가 없어 애를 태우던 중 2008년 ‘아름다운가게’에서 병원비 100여 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 덕분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정상적인 눈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은이의 치료비는 2008년 열린 위아자 장터에서 얻어진 수익금의 일부다. 가족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올해 대전 위아자 장터에서 보은(報恩)연주회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하은이네 가족의 선행은 이 뿐만 아니다. 하은이가 학교 또는 사회단체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 그 일부를 꼭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해왔다. 특히 하은이가 지난해 11월 가족의 아름다운 이야기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를 책으로 출판하고 받는 인세의 일부를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부인 윤씨는 “그 동안 받기만 했으니 이제는 우리 가족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 뿐”이라며 “위아자 장터에서 시민들에게 멋진 연주를 들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 윤씨는 2007년 10월 부산에 사는 생면부지 신장병 환자에게 신장을 이식했다. 남편 김씨 역시 지난해 11월 만성신부전증으로 3년 동안이나 혈액투석을 받아 온 한 남성에게 신장을 떼어줬다. 윤씨는 “조건 없는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기 마련”이라며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출판사가 가족에게 찾아왔다. 출판사 측은 지난 6월 김씨 가족 이야기를 담은 책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를 펴냈다. 책은 10여 일만에 3000부가 팔려 최근 3쇄 인쇄에 들어갔다.

김씨 부부는 지난 5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0 가정의 날(5월15일)’ 기념식에서 여성가족부로부터 전국의 모범가정에게 주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김씨 부부는 자녀 6명을 모두 입양해 키우고 있다. 2000년 첫째와 둘째인 하은·하선 양을 입양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엔 구순열(口脣裂)로 고생하고 있는 하민이를 입양했다. 이어 2008년에는 엄지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 장애를 가진 넷째 요한이를 새로운 자식으로 만들었다. 요한이는 베트남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에는 각각 안짱다리 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사랑·햇살이를 입양했다.

글=서형식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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