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비기느니 지겠다” 번트 대신 강공 택한 김경문의 뚝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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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두산이 PO 3차전을 이긴 힘은 번트가 아닌 뚝심이었다.

두산은 PO 3차전에서 연장 11회 말 무사 만루에서 8-8을 만든 임재철의 2루타에 이어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 했다. 그 바탕에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뚝심이 있었다.

두산은 6-8로 뒤진 연장 11회 무사 1, 2루 찬스를 맞았다. 이전까지 PO 세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한 고영민이 타석에 들어섰다.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2, 3루에 보내 안타 한 개로 일단 동점을 노리는 게 순리겠지만 김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고영민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두산은 이날 투수 9명을 쏟아부어 더 버틸 힘이 없었기 때문에 동점이 아닌 역전을 노린 것이다.

고영민은 삼성 정인욱과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었다. 결국 고영민은 결승 득점에 성공해 11회에만 3점을 뽑는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1승1패로 맞은 PO 3차전에서 두 팀은 번트 시도를 많이 했다. 과감한 공격보다는 아웃카운트 1개를 희생하더라도 안전한 진루를 택한 것이다.

특히 삼성은 지나치게 안전 위주의 전략을 짰다. 6-6이던 11회 초 무사 1루가 되자 4번타자 최형우는 자신의 판단으로 번트를 대려다 파울이 됐다. 최형우가 행운의 안타로 출루하자 5번 채태인에게는 보내기 번트 지시가 내려졌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2번타자 조동찬에겐 1회와 2회 연속으로 보내기 번트를 주문하기도 했다. 두 번 모두 2루에 있던 박한이를 안전하게 3루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조동찬이 PO 1, 2차전에서 8타수 4안타로 좋은 타격을 자랑했던 점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 감독도 0-3으로 뒤진 1회 말 무사 1, 2루에서 3번 이종욱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1~2점이라도 따라붙기 위한 작전이었지만, 이때는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1점도 얻지 못했다. 보통 경기 초반에는 강공, 후반에는 번트 사인을 많이 내는데 김 감독은 이날 반대 작전을 펼쳤다.

김 감독이 11회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삼성 불펜에 차우찬과 크루세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동점을 만들더라도 12회를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11회 2점을 내는 것은 싫었다. 지려면 여기에서 지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하는 김 감독의 작전이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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