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LG와 적대관계 원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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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대표가 21일 기자회견에서 ㈜LG와 LG전자 지분매입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LG의 지주회사인 ㈜LG와 LG전자 지분을 대거 사들인 소버린자산운용이 LG그룹과 협력할 뜻을 밝혔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는 2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의 오너와 경영진을 신뢰하며 적대적인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LG는 지배구조 개혁 의지가 아주 강해, 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터 대표는 "우리는 주주이지 경영인이 아니다"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솔직하고 열린 대화를 통해 LG에 조언하겠다"고 말해 자신들의 주식매입이 단순 투자와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소액 투자자지만 대주주 및 경영진과 건설적 대화를 하는 것이 주주의 권한이자 책임"이라는 말도 했다.

LG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어떤 투자자이든 얼마만큼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이든 건설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LG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도현 부사장은 지난 19일 피터 대표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소버린은 LG의 성장 가능성, 주식 저평가 등을 종합 판단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고 LG측은 전했다.

피터 대표는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LG경영에 대해서는 "21세기형 비즈니스 모델" 등을 거론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다음달 정기 주총에서 맞설 SK에 대해서는 "SK와 LG는 개혁의 양극단에 서 있다"라며 SK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지난해 무디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SK㈜의 지배구조가 개선된 점을 들어 오히려 신용등급을 올렸다고 반박했다.

한편 SK㈜는 이날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1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또 임기가 만료되는 최태원 회장을 다시 추천하고 임기가 만료된 유정준 전무 대신에는 김준호 부사장을 이사로 추천키로 했다.

권혁주.서경호 기자

*** 소버린, 삼성 주식 한때 매입 시도

소버린은 삼성전자 지분도 매입하려고 시도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1일 삼성전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버린은 2003년 SK와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기 직전 삼성전자에 "투자할 의사가 있다"며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줄 것을 요청했으나, SK사태가 불거지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IR팀이 소버린 본사가 있는 모나코로 출발하기 며칠 전 소버린과 SK와의 경영권 마찰이 일어나자 투자설명회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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