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자리, 넉달 연속 줄어 환율전쟁 더 거세질 전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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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06면

미국 고용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미 노동부는 9월 한 달 동안 비농업 취업자 수가 전달보다 9만5000명 줄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 6월 이후 넉 달째 감소다. 월가의 예상치인 5000명 감소보다 훨씬 더 줄어든 것이기도 하다.

더 나빠진 미국 경제지표

7월과 8월 취업자수도 더 줄어든 것으로 수정됐다. 노동부는 7월 취업자수를 애초 5만4000명 감소에서 6만6000명 감소로 고쳐 발표했다. 또 8월치는 애초 5만4000명 감소에서 5만7000명 감소로 수정했다. 그만큼 미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일자리 감소의 주범은 주정부 등 공공 부문이었다. 9월 한 달 동안 공공 부문 취업자 수가 15만 명 정도 줄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감소는 2009년에 실시된 7500억 달러짜리 1차 경기부양이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민간 부문 취업자 수가 6만 명 정도 늘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미 자산운용사 노던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애셔 뱅걸로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민간 부문 일자리가 최근 몇 달 동안 늘어 희망적이기는 하다”며 “그렇지만 인구 증가 등에 비춰 민간 부문 취업자 수는 매달 30만~40만 정도는 늘어야 노동시장이 되살아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9월 공식 실업률은 한 달 전과 같은 9.6%였다. 미 노동부는 “일자리 찾기를 단념한 사람들이 많아 공식 실업률이 전달 수준에 그쳤다”며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들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실업률은 17.1%”라고 밝혔다.

공식 실업률이 9.5%를 웃돈 기간도 14개월로 늘어났다. 이는 일자리 통계가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집계된 1949년 이후 가장 길다. 종전 기록은 더블딥(이중침체) 시기였던 1982년 이후 13개월이었다.

이날 글로벌 외환시장에선 달러 가치가 고개를 떨궜다. 최근 달러 가치의 가늠자로 구실하는 엔-달러 환율이 81엔 수준으로 미끄러졌다(그래프 참조). 최근 1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고용사정이 심상치 않아 양적 완화와 2차 경기부양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양적 완화 등이 실시되면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인플레 가능성을 키워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율전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FT는 “미 일자리 감소가 환율전쟁을 더욱 부추길 듯하다”고 보도했다. 우선 유럽과 신흥국들이 달러 가치 하락에 대응해 외환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국 통화 가치 급등을 막으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미 의회도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중국을 더 거세게 압박하고 나설 전망이다. 이는 미 행정부와 의회가 선거를 앞두고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흔히 보여준 패턴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1980년대 초 미국이 일본과 독일을 공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8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블딥과 실업난에 애를 먹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통화 가치를 조작하는 행위는 해적질”이라고 선언한 뒤 일본과 독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85년 플라자합의였다.

뉴욕 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가 좀체 되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자신 탓이 아니라 외부의 탓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중국을 더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라며 “그만큼 중국의 반발도 거세져 환율전쟁의 파열음이 커질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미 조짐도 나타났다. 8일 개막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때문에 글로벌 불균형이 좀체 개선되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행장은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미국의 아픈 곳을 건드리며 받아쳤다.

한편 이날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존스지수는 1만1000선을 넘어섰다. 올 4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다우지수는 하루 전보다 0.53% 오른 1만1006.48로 마감됐다. 나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77% 상승한 2401.91을 기록했다. 뉴욕 주가는 장 초반 예상보다 나쁜 고용지표 때문에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11월이나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재무부 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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