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 '입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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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동기들이 청와대와 제1야당의 '입'이 돼 맞붙게 됐다. 신임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그들이다.

전 대변인과 조 수석은 1959년생 돼지띠 동갑으로 이화여대 78학번 동기생이다. 전 대변인은 사회학과, 조 수석은 정외과로 입학했지만 전 대변인이 정치학을 복수전공해 둘이 함께 수강한 과목이 많다고 한다.

전 대변인은 20일 "사회학과에 입학하긴 했지만 정치학에 워낙 관심이 많아 수업을 많이 들었고, 그래서 조 수석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조 수석은 그다지 눈에 띄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전 대변인을 친구의 친구로 잘 알고 지냈으며 (전 대변인이) 학보사 편집장을 하는 등 실력 있고 똑똑했다"고 기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업 후 전 대변인은 방송국에 입사했고, 조 수석은 유학을 떠나 그들은 오랫동안 만날 수 없었다. 이후 박사 학위를 받은 조 수석이 모교에 자리를 잡고 전 대변인이 방송인 겸 작가로 유명해진 뒤에야 이들은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조 수석이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 부임할 즈음 전 대변인은 같은 대학 정외과 박사 과정에 등록했다. 하지만 대학 동기로서 그들의 반가운 해후는 짧았다. 대학을 졸업한 지 22년이 흐른 지난해 4월 총선 때 조 수석은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 자문위원장으로,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맞짱'을 뜨게 됐다. 이들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야 부활론'(조 수석)과 '거여 견제론'(전 대변인)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전 대변인은 조 수석의 임명에 대해 우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진출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라며 "당시 대학에서 이런 식의 동기 부여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조 수석이나 내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대변인으로서의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전 대변인은 "비록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하지만 균형 잡힌 언론관을 갖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줄 아는 수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TV 토론에서 만날 수 있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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