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판'서 '포용'으로 … 변화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20일 염창동 당사에서 경제정책 실패와 국론 분열 심화 등 '노무현 대통령의 2년 평가'에 대해 논평하고 있다.[조용철 기자]

한나라당이 변화를 시작했다. 비판 일변도에서 적극적 참여로 당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격려 편지도 보내기로 했다.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표가 있다. 자신과 끊임없이 대립해온 비주류 선봉장을 당 혁신위원장에 내정했다. 당 안팎 껴안기에 나선 것이다.

*** 북핵 해법 모색 박 대표 팔 걷고

◆ '내달 방미 추진'=박 대표가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기 위해서다. 지난해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맡아 국내 정치에만 매달려온 박 대표로선 첫 외국 나들이다. 방미 시기는 3월 중순께로 잡고 있다.

박 대표는 미국 방문 때 백악관 및 행정부.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북핵 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북한이 지난 10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2차 북핵 위기 해결에 제1 야당의 최고지도자로서 참여하겠다는 생각이다.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박 대표 방미의 주요 의제는 북한 핵 문제가 될 것"이라며 "박 대표는 한.미 공조를 토대로 한 중재적 성격의 북핵 해법을 미국 측 관계자들에게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미국 방문에 이어 일본.중국.유럽연합을 순차적으로 돌며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논의할 계획도 갖고 있다.

*** 노 대통령 2년 격려 편지 보내기

◆ '파이팅 대통령'=한나라당은 오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노 대통령에게 격려 편지를 모아 전달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 홈페이지와 염창동 당사 등 온.오프라인에 '파이팅 대통령'이라는 편지함을 설치, 노 대통령을 격려하는 글을 당원 및 국민에게서 받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박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와 사무처 직원들에겐 의무적으로 격려 글을 쓰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편지함에 모인 글을 오는 25일 청와대에 직접 전달할 방침이다.

박 대표의 측근은 "박근혜 대표가 올해를 '무정쟁의 해'로 선포하면서 민생 살리기와 안보 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만큼 실천적 차원에서 노 대통령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 당 혁신 위해 비주류도 중용

◆ '비주류와 연대'=박 대표는 당 개혁작업을 주도할 혁신위원장에 홍준표 의원을 내정했다. 홍 의원은 이른바 비주류의 핵심인 '수도권 3선 3인방' 중 한 명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박 대표와 대립해 왔다.

혁신위원회는 지난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위원연찬회에서 당의 이념과 노선을 놓고 격론을 벌인 뒤 당 개혁을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키로 한 기구다. 당초엔 박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겸직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박 대표는 홍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을 제안하면서 홍 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 개혁작업의 '전권'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혁신위원회는 2007년 18대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의 노선 재정립''당권 및 대권후보 분리''진성당원제 도입' 등 한나라당 혁신 방안을 마련해 당 지도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가 비주류인 홍 의원을 기용키로 한 것은 홍 의원의 개혁 의지 및 능력과 함께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면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