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G20 서울 정상회의서 국제 환율공조 이끌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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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글로벌 환율(換率)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에서 시작된 국제적인 갈등이 일본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과 제로금리 복귀, 미국의 돈 풀기(양적 완화)가 겹치면서 전 세계적인 환율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돈을 풀어 자국(自國) 통화가치를 낮추려 하자 선진국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신흥국들은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이 금융거래세를 높여 외국자본 유입에 제동을 걸었고, 우리나라와 인도·태국 등 외자유입으로 통화가치가 급등한 국가들은 과도한 통화 절상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주권론’을 외치며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다투어 자국 통화가치 떨어뜨리기에 급급하는 양상이다.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여줬던 국제공조는 온데간데없고 모두가 ‘나만 살겠다’는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최악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 터져나오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환율이 정책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런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글로벌 경제회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8일부터 열리는 IMF·세계은행 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현재 거시경제(巨視經濟), 무역 및 통화에서 발생하는 국제적인 교란적 흐름을 차단하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며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새로운 국제 환율협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IMF 총회에 모이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극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갈등을 G7이 당장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적인 환율공조(共助) 문제는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이 국제적인 정책공조를 도출해냈듯이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환율전쟁을 막을 수 있는 국제 환율공조체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환율 문제가 G20 정상회의에서 부각될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입장이 난처하고 자칫 우리가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작금의 환율전쟁은 이미 미·중 간 갈등의 수준을 넘어서 외면할 수 없는 세계적인 현안이 됐다. 특히 선진국만이 아니라 신흥국에 불똥이 튀면서 환율 안정을 요구하는 신흥국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환율공조 문제를 이번 회의의 정식 의제로 삼아 적극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할 이유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환율전쟁으로 야기된 급격한 자본 유·출입과 원화 환율의 급등락(急騰落)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