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해운대 화재와 금융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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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위험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데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선 위험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돼 있다. 금융상품 중에는 가격이나 시세변동에 따른 투자위험이 높은 상품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품들은 사회 전체에 금융위기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때 금융거래를 안전하게 하고 우리 사회를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다른 일반적인 안전사고와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참가자의 역할과 노력에 달려 있다.

먼저 금융상품 및 금융시장의 위험관리와 관련된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금융상품의 상품구조나 금융시장의 메커니즘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예상되는 위험을 파악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고 금융시장 발전에 맞춰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 및 감독기관의 제도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9년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추진 중인 장외파생상품의 청산기관(CCP)을 통한 청산 의무화는 장외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의 하나다.

한국거래소도 증권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을 운영함에 따른 위험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증거금 제도와 관련한 일련의 개선이 이뤄졌다. 적격 기관투자가에 대한 현금증거금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고,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또는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수시로 증거금률의 적정성을 점검해 인하하거나 인상하도록 함으로써 가격변동성에 기초한 증거금률의 적시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최적의 증거금 규모가 산출되도록 증거금 산출방식 개선을 추진하고, 결제위험의 실시간 측정 및 분석을 위한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는 위험관리의 실질적인 주체라 할 수 있다. 금융투자회사 등이 위험관리역량을 강화해 투자자나 금융회사 간 거래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함으로써 자신뿐 아니라 자신과 거래하는 다른 투자자나 금융회사들을 보호할 수 있다.

상품 개발에도 위험관리 측면이 고려돼야 하며, 내부통제 장치가 잘 작동돼야 한다. 지난 7월 유럽의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나 은행권의 부실로 야기된 최근 아일랜드의 위기상황은 다시 금융회사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금융시장 위험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장참가자 상호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소가 최근 마련한 증거금률 관리 가이드라인을 외부에 공시해 금융투자회사 및 투자자와 공유하는 것도 이런 취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의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지금까지 거래의 원활화를 통한 시장 육성에 노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에 못지않게 위험관리를 체계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시점이다.

진수형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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