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LG주식 매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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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LG그룹은 갑작스러운 소버린의 주식 매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방어 걱정은 안 하고 있으나 소버린의 노림수를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LG는 우선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LG그룹 경영진과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주주로서의 권리는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경영진과 대화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LG의 지주회사인 ㈜LG의 제2대 주주가 됐고 LG전자에서도 최대주주인 ㈜LG(36.1%)와 2대 주주인 피델리티(6%) 다음의 대주주다. 주주총회가 아니더라도 소버린의 발언권을 무시하기 힘든 지분 규모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선 소버린의 이번 투자가 단순 투자 전략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동원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과거 SK㈜ 주식 매집 때에도 경영권 시비 등을 이슈화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처럼 이번 역시 '깜짝투자'로 매매 차익을 극대화하고 SK경영권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려는 양동 전략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버린은 올 들어 ㈜LG와 LG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고 불과 한 달 만에 868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올렸다. 소버린의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진 뒤 18일의 야간주식시장(ECN)에서도 LG와 LG전자는 나란히 상한가(5%)를 기록했다. LG 역시 소버린이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인 LG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LG전자의 성장 가능성 ▶실적 호전 기대감을 바탕으로 주식을 샀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소버린의 이번 투자는 우량주에 대한 투자이익 극대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와 관련한 21일의 소버린 기자회견 내용이 소버린의 의중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표재용.서경호.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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