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중요 자료 내게 많아 한국 연구자와 만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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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없어요. 제가 연구하고 발굴한 자료를 함께 토론하고 나눌 연구자와의 접속을 원합니다.”

김려춘(사진·80·세계문학연구소 교수) 박사는 대화에 굶주린 모습이었다. 흰 머리가 성성한 얼굴 복판에서 빛나는 눈빛이 그 간절함을 전하고 있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그 눈 속에 담긴 듯했다.

1930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함흥사범학교를 수료한 그는 47~52년 러시아 로스토프 국립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평양외국어대에서 러시아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55년 모스크바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59년 러시아로 망명해 학위를 따고 현재까지 고리키문학대학 세계문학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소월의 시집을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등 한국과 일본문학을 러시아에 소개하는 데 애써왔고 2004년에는 저서 『톨스토이와 동양』(인디북 펴내)을 서울에서 출간했다.

“한국 근대기와 일제강점기의 중요한 자료들이 러시아에 많아요. 그 동안 접근이 어려워 간과된 측면이 크죠. 한국 연구자들과 연계해 제가 축적한 데이터를 역사의 진실, 문학의 위대함을 밝히는 데 쓰고 싶어요.”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도 톨스토이의 한국에 대한 호감과 동양사상에 대한 애정,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사이에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증오, 이광수와 톨스토이의 연관성 등을 처음 시사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또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료가 러시아에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 학생들을 위해 17~20세기 한국문학사를 쓰고 있다는 김 교수는 “e-메일 주소가 없으니 내게 접속하려면 전화번호와 겸용인 팩스(095-716-02-44)를 이용해달라”고 했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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