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고지 눈앞 … 저평가 가치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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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금은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을 때다.’ 대신·메리츠종금·우리투자·한국투자·한화·KT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이런 투자 조언을 내놨다. 본지가 ‘코스피지수 1900’에 걸맞은 주식 고르기 방법을 물어본 데 대한 응답이다. 10월에도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1900은 아무래도 부담이 가는 수준. 센터장들은 이럴 때는 이익 전망 등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등의 이유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주식들을 고르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1일 현재 유가증권 시장의 2010년 주가수익비율(PER) 예상치는 10.1배. 이를 밑도는 저평가 업종은 ▶반도체(6.8배)와 디스플레이(9.4배) 등 정보기술(IT) ▶조선(8.2배)과 철강금속(9.6배) 같은 산업재·소재 ▶은행(8.9배) ▶음식료(9.1배) ▶지주회사(8.7배) 등이었다. 증권사들은 이 중 은행과 IT, 산업재·소재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증권사들은 은행 업종을 많이 추천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정훈 투자전략팀장은 “은행 업종은 2000년대 들어 이익 대비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4분기 중 금리가 올라 수익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지난 1일 주가를 기준으로 한 은행 업종의 PER이 올해 8.9에서 내년에는 7.3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T는 9월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바람에 가격 매력이 생겼다. 컴퓨터 수요가 영 살아나지 않는 등 세계적으로 IT 경기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한국 IT 업체들은 경쟁사보다 실적이 월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외국인들도 최근 들어 IT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삼성전자(2320억원 순매수), LG디스플레이(1669억원), 하이닉스(741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산업재·소재를 추천한 이유는 중국 때문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 은성민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경기선행지수가 곧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며 “중국에 물건을 팔려는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늘릴 것이어서 산업재·소재 업체의 실적이 부쩍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지는 6개 증권사로부터 유망 종목 추천도 받았다. IT와 산업재·소재, 은행 업종 중 3개 이상 증권사가 공통 추천을 한 종목은 삼성전자·삼성전기·SK에너지·현대제철(이상 3곳) 등이었다. 은행 가운데서는 기업은행만 유일하게 복수(2곳)의 증권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자동차는 주가가 올 들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경쟁 상대인 일본 업체들이 리콜 사태와 엔고 등으로 홍역을 앓는 사이 현대·기아차가 시장 점유율을 쑥쑥 키웠기 때문이다. 실적이 워낙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상 업종 PER이 7.3배일 정도로 저평가됐다. 증권사 3 곳은 현대차를, 2개사는 기아차를 각각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증권업은 저평가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당분간 주식 시장 활황에 따라 거래량과 대금이 늘어 이익도 늘 것이라는 점에서 추천 명단에 올랐다.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이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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