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동 천안시청 맞은편에 있는 천궁정에서 활 시위를 당기는 천안시궁도협회 안진구 회장. 그는 궁도가 중년의 심신 수양에 가장 좋은 운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꼿꼿한 척추, 뱃살없는 날씬한 허리, 화색이 감도는 얼굴. 안씨는 분명 ‘건강한 노인’이었다.
그가 다른 두명과 함께 사대(射臺)에 올랐다. 145m 앞에 있는 과녁을 향해 3인이 시위를 당겼다. 쏜살같이 화살이 날라갔다. “딱”하는 과녁 맞히는 소리는 유일했다. 안 회장의 화살이 적중한 것이다. 과녁은 가로·세로 각 2m 크기다.
“과녁을 정확히 조준한다고 꼭 맞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됐을 때 즉 무아지경에 이르렀을 때 화살은 과녁을 뚫는다.” 안 회장은 “절대 욕심을 내거나 조바심을 갖으면 과녁은 화살을 외면한다”고 했다.
천안에는 3개의 궁도장이 있다. 천궁정 이외에도 독립기념관 옆 ‘천안정’, 지난달 문을 연 성거읍의 ‘거봉정’ 등이 있다. 안 회장에 따르면 천안의 궁도인은 약 300명이고 천궁정 회원은 50여 명이다.
천궁정 기록표는 다섯발 중 맞힌 수의 ‘중(中)’자를써 넣는다.
“안 회장은 몇 단이냐” 고 질문하자 그는 웃으면서 “이 나이에 단을 따려고 할 필요가 있냐”며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명사수다. 지난달 초 홍성의 한 대회에 출전해 총 15발 중 11발을 적중시켜 200여 명 출전자 중 5위를 차지했다.
궁도 인사가 독특하다. 거궁(擧弓, 활을 들어 첫 시위를 당길 때)시 과녁에 “활 배우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많이 맞추십시요”라고 덕담한다.
천궁정의 가장 윗 어른은 사두(射頭)라고 부른다. 최연장인 여형구(80)씨가 맡고 있다.
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안씨는 농사를 짓던 중 고향(아산 음봉) 선배의 권유로 60을 넘긴 나이에 궁도에 입문했다.
궁도를 하는 자세를 묻자 ‘과묵’을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았다. “궁도는 혼자도 할 수 있지만 여럿이 할 때가 많다. 그런데 너무 말이 많아 주위 사람들의 정신 집중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가 궁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다. ‘발이불중 반구제기(發而不中 反求諸己)’ 쏘아 맞추지 못하면 자신에게서 그 이유를 찾는다는 뜻이다.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반성을 하는 것이다.
안 회장은 “너무 젊은 나이에 궁도를 하는 것보다 40, 50대 등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에서 활을 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궁정에 들어올 경우 입회비는 20만원, 월 회비 3만원(70세이상은 2만원)이다. 활은 본인이 구입해야 하는데 카본으로 만든 개량궁은 약 20~25만원이고 물소뿔로 만든 각궁(角弓)은 60만원 이상이다.
▶문의=천궁정 041-555-5598
천안정 041-557-8792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