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한인 2명 조건 없이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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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리비아 시르테시에서 카다피 국가원수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제공]

정부가 지난달 30일 공식 해결된 한·리비아 외교갈등 사건의 후속 조치로 장동희 주 리비아대사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외교 소식통이 3일 전했다. 소식통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달 30일 무아마르 알카다피 국가원수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도 2일 귀국 길에 “리비아 측에 우리가 잘못한 점을 인정했고, 담당자도 문책하겠다고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외교가 일각에선 장 대사가 소환된 뒤 다른 대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이 “우리 정보담당 외교관이 정보를 유출시켜 양국 관계가 위험할 뻔했다”고 밝힌 대로 정부가 잘못한 측면이 있는 만큼 리비아 측에 확실한 후속 조치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보 관계라 확인은 어렵지만 지난 6월 우리 정보담당 직원을 소환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며 “(대사 소환이) 해결국면에서 취해야 할 후속조치의 큰 그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사 소환이 경질 및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리비아 당국이 종교법 위반 혐의로 석 달 넘게 구금해온 한국인 농장주 전모씨와 선교사 구모씨가 2일 조건 없이 석방됐다고 외교부가 3일 밝혔다. 또 지난 6월 24일 양국 간 외교 갈등을 이유로 리비아로 철수했던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대사관)의 복귀 여부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인 전격 석방 등 진행 과정을 볼 때 머지않아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주 전모씨의 외조카 장모씨는 “전씨가 외국인 여러 명과 한 방에 구금돼 칼잠을 자는 등의 고통으로 당뇨 수치가 300까지 치솟는 등 건강이 악화돼 조만간 귀국해 치료를 받고 돌아갈 계획”이라며 “두 사람이 조건 없이 전격 석방된 것은 그들이 외교 갈등의 정치적 희생양이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호·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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