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협력사와 대토론회 연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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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협력업체 물량 늘리는 데는 기여한 것 같은데 이제부터 이익을 많이 드리는 방법도 열심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공 비즈니스 모델이 되도록 애쓸 테니 협력업체 사장님들도 동참해 주세요.”

최지성(사진) 삼성전자 사장은 1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의 인사말에서 ‘상생을 넘어선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삼성전자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와 이들과 거래하는 2~3차 협력업체 등 180여 개사의 대표, 그리고 삼성전자 사장단과 각 사업부 구매담당 임직원 등 총 220여 명이 모였다. 해마다 상생과 관련된 협력사 워크숍을 해왔지만, 삼성 사장단과 2·3차 협력사 대표까지 모인 건 처음이다.

최 사장은 본인과 각 사장·부사장급인 사업부장, 구매담당 임원들이 협력사를 월 1회 정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입사원까지 상생 마인드를 지닐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소 삼성 협력업체에 대해 지닌 생각도 소개했다. “협력사 사장이 자신의 인생과 재산을 전부 걸고 자식 대에까지 물려주도록 전력을 다하는 협력업체를 키워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고 사업 경쟁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최 사장도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자재비 비중이 55% 수준인 만큼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삼성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사 관련 업무를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가 ‘30년 동안 상생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았다.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성 대표이사(왼쪽 넷째) 등 삼성전자 사장단이 1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에서 협력사 대표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협력업체의 분발도 당부했다. 최 사장은 “미디어·모바일·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3대 빅뱅으로 산업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잘나가던 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흔하다. 삼성전자 성장의 구심점이 돼 준 협력사들도 동반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가 골고루 성장하고 고루 이익 내는 방법은 존재할 수 없고, 공정하지도 않다. 진정한 상생을 주고받으려면 협력사도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1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의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에서 협력사 대표들과 직접 만나 지난 8월 발표된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들었다. 특히 2·3차 협력사에도 현금 결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대표 협의회(협성회) 회장인 이세용 이랜텍 대표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현장의 목소리를 몸소 듣고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만큼 1차 협력사들 역시 2·3차 협력사 지원에 힘을 쏟아 선순환의 상생구조가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2차 협력사인 유니텍의 권오익 대표는 “삼성전자는 물론 1차 협력사들까지 2·3차 협력사를 위해 현금 결제 확대, 자금 지원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다양한 제도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2차 협력사와 거래하는 3차 협력사 알파비전의 송주동 대표는 “비싼 장비나 설비를 삼성전자에서 지원받는 일은 종전엔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그런 논의가 시작돼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경영계획에 반영하고, 제도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상생방안 실행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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