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자기주도학습전형 대비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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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실시되는 특목고(자율고 포함)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는 학습계획서가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들의 내신점수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합격을 가리는 심층면접의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는 7·8월 동안 특목고·자율고 입시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중등 자기주도학습전형 입학사정관 특별연수’를 실시했다. 연수에 참여했던 김경수(대일외고)·김영민(명덕외고)·강경래(용인외고)·유동훈(하나고) 입학관리부장 교사들에게 수험생의 궁금증을 물어봤다.

-전공 외국어 지원 시 해당 외국어를 잘해야 유리할까?

해당 국가를 방문했거나 해당 외국어에 능숙한지 여부는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에서 자연스런 계기로 외국 문화를 경험한 사례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자기주도적 태도다. 예를 들어 프랑스 영화를 보고 프랑스인의 삶과 문화가 마음에 들어 프랑스문화원을 방문했다는 식이다. 관심 분야에서 해당 외국어가 필요한 이유와 배우려는 목적을 표현하면 된다.
 
-아직 장래 직업을 못 정했는데 진로계획에 꼭 적어야 하나?

‘구체적’으로 진로계획을 기술하라는 의미가 직업을 꼭 밝히라는 뜻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중3은 진로 분야를 탐색할 시기지 결정할 때가 아니다. 목표를 추상적으로 정리하는 정도도 괜찮다. 예를 들어 ‘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발휘할 수 있는 경영에 관심이 있는데, 그 중 사회사업에 흥미를 느낀다’는 식으로 서술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 결과로 이룬 수상실적이 있는데 암시해도 될까?

평가자가 지원자를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이나 인증시험 점수,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은 절대로 기재할 수 없다. 암시만 해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속에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입 입학사정관제도와 다른 점이다. 교내 수상실적 서술도 금지사항이니 주의해야 한다.

만일 특정 목표를 성취한 경험을 알리고 싶으면 교내 동아리활동이나 방과후 수업에서 얻은 성과나 결과를 표시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학교 시험에서 취약한 과목을 스스로 보완해 좋은 성적을 낸 경험을 쓰는 것도 좋다. 이때 몇 점이 올랐다는 식의 결과보다 어떤 과정으로 자신에 맞는 공부 경험을 얻게 됐는지에 중점을 둬 작성해야 한다.

-봉사시간은 많을수록 유리한가?

양적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봉사·체험 활동에서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는 자기주도성과 지속성이다.

활동의 목적성과 지속성 여부를 놓고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왜 그런 활동을 했고, 그 활동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므로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관심분야나 희망진로와 연계된 봉사·체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책 내용이 학습계획서 내용과 꼭 연관돼야 하나?

반드시 연관 지을 필요는 없다. 책내용과 무관한데도 억지로 서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독서경험을 쓸 땐 줄거리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 책 내용을 얼마나 깊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 표현하는지(내면화)가 중요하다.

누구나 쓰는 필독서보다 중학교 수준에 맞으면서 참신한 내용의 책을 스스로 직접 고르는 것이 좋다. 지난해 NGO 구호활동가인 한비야씨의 이야기가 유행하자 지원자들이 하나같이 한비야씨의 책을 읽은 경험을 써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면접에서 평가관이 책을 고른 사람이 누구인지 질문할 수도 있다.

-면접을 대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면접은 학습계획서의 진위여부와 지원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교과 지식이나 외국어 능력을 묻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외모·말투·차림새도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원자는 자신의 학습계획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질문 의도에 맞게 짧고 분명히 답하는 수준으로 준비하면 된다.

<박정식·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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