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북시대] "연탄·옷 대신 비료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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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연탄이나 의류 대신 비료를 주십시오."

중국 베이징(北京).선양(瀋陽) 등지에서 활동 중인 북한의 대남사업 담당자들은 최근 남측의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이 비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대북지원 관계자는 "북한 당국은 기관별로 올해 확보할 비료량을 할당했다"고 전했다. 협동농장의 경우 비료 확보를 위해 농장원별로 경쟁을 붙이고 있다고 한다(조선신보 1월 12일).

북한이 지난달 우리 정부에 50만t의 비료를 요청한 것도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궁금한 것은 북한이 지원량을 종전에 비해 거의 두배가량 높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1999년 이후 봄철에 20만t, 가을철에 10만t의 비료를 지원해 왔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이 올해 농업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비료 수요가 전보다 많아졌을 것"이라며 "북측이 수년 동안 우리 비료를 사용하다 보니 북한의 토질이 변한 것도 우리 비료를 필요로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97~98년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비료 회담'으로 알려진 이 회담에서 북측은 남측의 잉여 비료량이 매년 50만t 정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당시 북측에서 50만t의 비료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분석은 북측이 비료 지원 요구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의지 여부와 결부시켰다는 것이다. 만약 남측이 이 정도 규모로 비료 지원을 한다면,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료 확보에 힘쓰는 것은 올해가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노동당 창건 60주년,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해마저 비료 부족에 따른 식량 부족 상태가 지속된다면 체제에 대한 주민의 충성심과 결속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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