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도 비상 … 가파른 통화 절상에 시장 개입 잦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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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환율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건 비단 미국·중국·일본만이 아니다. 불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탄탄하고 금리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 등으로 튀고 있다. 달러 약세와 맞물려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개입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입이 또 다른 개입을 부르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일본을 비롯해 최소 6개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려 시도하고 있다”면서 “수출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이런 움직임이 자칫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외환시장 참여자들을 인용, “한국·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 등이 지난달 29일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들 아시아 국가는 모두 최근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빠르게 오른 나라들이다. 태국 바트와 말레이시아 링깃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고, 싱가포르 달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 중 최근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이 9월 들어서만 9% 증가한 것도 외환시장에 자국 통화를 풀고 달러를 많이 사들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9일에도 5000만 달러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게 생긴 건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은 올 들어 주요 20개국(G20) 중 달러 대비 절상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최근 “세계는 지금 통화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 달러화의 지나친 약세는 브라질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브라질 헤알화의 지나친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개입으로 절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통화의 강세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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