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서울대 수의대 학장 후보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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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대는 14일 교수회의를 열고 황우석(53)석좌교수를 새 학장 후보로 선출했다. 동료들의 추천에 의해 단독 후보로 나온 황 교수는 수의대 교수 39명 중 32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서울대 인사위원회는 17일 예정된 인사위원회에서 황 교수를 임기 2년의 학장으로 임명할지를 심의한다. 그러나 황 교수가 정부는 물론 학교 측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학장직을 맡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황 교수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학장직을 수락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장으로서 연구팀들을 위해 시설을 갖추고, 신분을 보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면서 "수의대학의 규모가 크지 않아 학장직이 연구활동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학계 인사는 "대학과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황 교수가 학장으로서의 행정업무까지 맡는다면 연구활동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지난해 9월 황 교수를 석좌교수로 임명했던 서울대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의 첫번째 석좌교수가 된 황 교수는 학교 측에서 연간 2억원 이상을 지원받고, 강의시간도 대폭 줄어드는 혜택을 보았다. 그만큼 연구활동에만 전념하라는 의미가 담겼던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측은 황 교수가 학장직을 겸할 경우 석좌교수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또 황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던 정부와 각종 단체들도 내심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황 교수 연구실에는 "학장보다는 연구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시민들의 전화가 계속해 걸려왔다. 정부 측의 한 관계자도 "황 교수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이라는 여론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측은 황 교수가 학장 후보로 선출된 배경에 대해 "교수들이 서열 순으로 학장을 맡아 온 관례에 따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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