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들 '블로그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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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3년을 쫓아다니다 마침내 결혼 약속을 얻어냈습니다. 처음 1년은 무슨 말을 해도 받아주지 않더니, 2년째 접어들면서 무뚝뚝하게나마 반응하더군요. 3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농담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하면서…그렇게 연애시절을 보냈습니다."

KT 이용경 사장이 개인 미니 홈페이지(블로그.사진)에 털어놓은 연애담이다. 이 사장의 블로그(blog.paran.com/lyk)는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경영 철학까지 망라한다. 이 사장은 '변해야 산다'는 코너를 통해 직원들에게 '혁신'을 당부한다. 그는 "미니 홈페이지는 딱딱한 기업 총수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네티즌, 직원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데 더할 수 없이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이 사장과 같은 정보 기술(IT) 기업 최고 경영자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회사 안팎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SDS 김인 사장은 2003년 1월 사장 취임 이후 매주 월요일마다 회사 홈페이지(www.sds.samsung.co.kr)에 '월요 CEO 편지'를 게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자로 100번째 편지를 올렸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처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직의 활기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출발합니다.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정보와 지식을 서로 공유하면서 조직의 시너지를 키워 나가는 소금과 같은 역할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는 조직원과의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해외 출장이나 휴가 때를 제외하고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썼다.

포스데이타 김광호 사장은 2002년 7월 이후 매주 월요일 아침 e-메일로 'CEO 아침편지'를 전 임직원에게 보낸다. 지난 10일 김 사장은 125번째 편지를 보냈다. 김 사장은 "직장 및 인생의 선배로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CEO 아침편지'를 보내게 됐다"며 "소박하게 출발했지만 효과는 아주 컸다"고 말했다.

KTF 남중수 사장은 유무선 사이버 공간에 홈페이지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말 개설한 모바일 블로그(blog.magicn.com/cso)에는 고등학교 졸업사진, 대학시절 장발사진 등 '자연인 남중수'가 친밀하게 소개돼 있다. 모바일 블로그를 통해 매일 20건 이상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가 남 사장에게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사내 통신망인 인트라넷에도 '고객만족 최고경영자실'을 마련해 임직원과 격의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희성.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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