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비슷하고 진부한 내용은 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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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저는 1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유복하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항상 부모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귀사의 제품을 애용했으며, ○○학교를 졸업하고 ○○대에서 ○○과를 전공했습니다. 학창 시절엔 줄곧 개근상을 탔고, 반장.부반장을 역임했습니다. 성격은 활달한 편으로 대인관계도 원만합니다.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이고, 신조는 '하면 된다'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진부하다고 느끼는 구절 20개를 이용해 만든 가상의 자기소개서다. 인사담당자들이 이런 글을 읽으면 지원자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여기거나 심지어 남의 자기소개서를 베낀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엇비슷한 구절들이 입사지원서에 너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취미가 '독서'나 '음악 감상'인 사람도 많다. 이럴 때는 취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든지, 혹은 그런 취미가 자신의 경쟁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채용 담당자의 '하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가 최근 인사담당자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68명(87.5%)이 지난 한 해 동안 내용이 비슷한 입사지원서(자기소개서 포함)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엇비슷한 지원서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자기가 접한 지원서의 21.8% 정도라고 밝혔다. 이런 지원서는 서류전형 때 감점 대상(50.0%)이나 탈락 요인(11.9%)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카우트가 타인의 지원서를 베껴 쓰거나 참고한 적이 있는 구직자 1033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77.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모범답안이란 생각이 들어서'(7.7%),'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서'(5.7%), '새롭게 고민하는 것이 귀찮아서'(5.2%) 등도 이유가 됐다.

스카우트 김현섭 사장은 "학창 시절과 특기.성격.지원동기 등의 전반적인 내용은 기업과 직무에 맞춰 연관이 있도록 쓰되, 누구나 흔히 쓰는 진부한 어구는 자제해야 한다"며 "졸업학교.가족사항.출생지 등 이력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을 굳이 자기소개서에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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