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의 행복한 모습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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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저를 아프리카 전문 사진작가라고 봐주시는데, 사실 아프리카는 단순한 지역이 아니고 광활한 대륙입니다. 개인이 전문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다만, 제가 2005년부터 마다가스카르 다섯 차례, 에티오피아 세 차례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녀오면서 많이 느끼고 넓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정도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청파갤러리에서 사진전 ‘희망을 노래하다-지라니합창단’(29일까지)을 열고 있는 작가 신미식(48·사진)의 말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아프리카를 많이 느끼고 넒게 이해하려고 했다’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쓰레기 마을 고로고초에 사는 어린이들이 한국 NGO(비정부기구)의 도움으로 합창단을 만들어 희망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다.

-이번 전시회의 주안점은.

“아프리카 주민들의 표정과 삶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표현하려고 애썼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사진은 흔히 불쌍하고 가난에 찌들린 사람들의 짓눌린 표정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보면 비록 가난해도 밝고 쾌활하며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살아가는 가치와 방식이 다른 것이다. 이런 참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들을 존중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여행 사진을 주로 찍었다면 이번엔 현지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전시회와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동시에 냈다.

“이번 작업은 일종의 재능기부다. 작업을 함께하자는 NGO의 제안을 받고 항공료와 숙식비만 받고 일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한 달간 민박집에서 생활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실 가서 보니 있는 돈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촬영은 물론, 전시·출판의 디자인도 맡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NGO의 활동에 공감한다는 취지도 있고.”

-아프리카에서 작업을 많이 하는 이유는.

“2005년 현지 정부 초청으로 마다가스카르에 간 게 아프리카와의 첫 만남이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25분쯤 걸리는데 가다가 중간에 뚝방촌이 보여 내려서 들어가 봤다. 아낙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냇가에서 빨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겨웠다. 우리도 과거엔 가난하게 살지 않았는가. 그 곁에서 세수하는 네댓 살 아이들을 보니 흡사 어린 시절의 나를 보는 듯했다. 애틋했다. 그 순간 아프리카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보름간 작업하고 귀국한 지 보름 만에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떠났다. 아프리카가 운명으로 느껴졌다. 특히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현지인들의 표정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다. 작가로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아프리카를 가슴에, 사진에 담는 작업은 계속할 것이다. 18년 동안 전세계 70여 개국에 다니며 여행사진을 찍었지만 아프리카는 그 어느 지역보다 새롭다.”

글=채인택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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