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모범생은 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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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 자리에서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사람은 감점을 하겠습니다."

11일 오후 7시 서울 서소문동 한 식당에서 이색 '삼겹살 소주 면접'이 실시됐다. 서울시가 계약직 다급 공무원(6급 주임 상당)에 해당하는 스포츠 마케팅 및 국제체육전문요원 한 명을 선발하기 위한 마지막 3차 관문이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올해부터 국가공무원 공채 응시원서에 학력란을 없애고 면접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서울시가 처음으로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8명의 지원자는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전문지식과 외국어 능력 등 2차 면접을 마치고 발걸음을 식당으로 옮겼다. 공무원과 체육학과 교수로 구성된 6명의 3차 심사위원들은 지원자들에게 일일이 소주와 삼겹살을 권하며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한 응시자는 "2차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이 쏟아져 당황했는데 삼겹살.소주 면접 때는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김태균 체육정책팀장은 "딱딱한 분위기의 2차 면접 때보다 지원자들의 품성이나 능력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익했다"며 "2차 면접 때 염두에 두었던 세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바꿨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지원자들의 2차 면접(80점)과 3차 면접(20점) 점수를 합산해 4명의 예비 후보를 고른 뒤 최고 득점자를 14일 최종 선발할 방침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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