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易地思之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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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185호 02면

#장면1. 미국의 어떤 초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6학년생들과 파티를 합니다. 파티 이름은 ‘제3세계 만찬 프로젝트’. 번호 1, 2, 3이 적힌 종이를 추첨으로 뽑은 아이들에게 각각 음식이 제공됩니다. 1번을 뽑은 아이들에겐 멋진 테이블에서 맛있는 정찬이, 2번을 뽑은 아이들에겐 수수한 테이블 위에 평범한 식사가 나왔습니다. 3번을 뽑은 아이들은 땅바닥에 앉아 포크도 없이 밥을 먹어야 했죠. 평소 그토록 친했건만, 번호가 다른 아이들은 서로 외면합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1번을 뽑았던 학생 한 명이 벌떡 일어나 간식으로 받은 초콜릿 케이크를 3번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한 교훈을 가장 먼저 깨달았던 것이죠. 그제야 다른 아이들도 간식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모두 행복해지는 순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의 신간 『당신의 축복은 몇 개 입니까』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장면2.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고 농구부의 좌충우돌 신입생 강백호는 천재 슈터 서태웅과 사사건건 다투죠. “네 까짓 게”하며 으르렁대던 백호는 합숙훈련 때 2만 개의 점프슛을 연습한 뒤에야 비로소 서태웅의 점프슛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닫습니다.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굉장하다.”

#장면3. KBS-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여전히 화제입니다. 눈물 때문이지요.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 참가한 합창단원들은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실버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사진> 그 소리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제는 알기 때문일까요. 내 소리만 내다가 남의 소리를 들어보니 새삼 감정이 북받쳤기 때문일까요. 그 눈물의 의미가 우리 가슴에도 마르지 않고 전해졌으면 합니다. 이 청명한 가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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