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판교 분양가 개입 우려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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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판교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 잡기에 나섰다.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선에서 묶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판교 아파트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분당.용인 등 주변의 아파트값 상승을 촉발하고, 부동산 투기를 다시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판교 아파트의 분양가를 묶어 투기의 불씨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개입해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는 결코 투기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를 억지로 끌어내릴 경우 집값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주택시장을 왜곡시키고, 청약 과열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주택업자들은 이 지역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당 2000만원 이상 잡아도 충분히 팔릴 것으로 본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평당 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1500만원에 분양한다면 사지 않을 사람이 없다.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수억원의 차익이 생기는 기회를 누가 그냥 버리겠는가. 분양가가 900만원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주택 규모(34평형) 이하의 아파트는 이미 '로또 분양'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시세의 절반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만 있다면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아파트 분양정책은 판교에 이미 투기판을 벌여 놓았다. 분양가를 낮추면 낮출수록 분양에 따른 기대이익은 더 커지고, 투기의 유혹도 함께 늘어난다. 사회주의 통제경제체제를 제외하고 정부가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을 묶어두려는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다. 시장의 힘은 시중자금의 물길을 초과 수요가 있는 곳으로 트고야 만다. 수요가 많으면 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시장에서 값을 낮추는 길은 공급을 늘리는 방법뿐이다. 이를 억지로 막을 경우 그 결과는 정부가 우려하는 편법과 불법을 통한 투기로 나타난다. 주택시장의 안정은 분양가 인하가 아니라 주택공급의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