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규 채널 ‘절대평가’ 기준 엄격히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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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말로 ‘좋은 방송’을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과거처럼 ‘바보상자’가 아닌, 스마트TV 시대에 걸맞은 고품격 방송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는가. 콘텐트 제작 능력, 경험과 글로벌 경쟁력은 갖추었는가.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킬 자본금은 충분한가. 따지고 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신규 종합편성·보도 채널 사업자를 선정할 때 중시할 것은 불과 몇 마디로 요약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주말 ‘종편·보도전문 채널 기본계획’을 확정함으로써 신규 사업자 선정 작업이 본궤도에 접어들었다. 기본계획이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하지 않고 일정 기준을 통과한 사업자를 모두 선정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택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대신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정해 방송을 제대로 할 사업자가 선정되도록 해야 한다. 최소 납입자본금으로 제시된 3000억원은 신규 방송이 자리를 잡는 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자금 규모가 클수록 점수도 높아지도록 보완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심사의 기본 요소로 제시한 콘텐트 시장 활성화,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방송 다양성 확대 등의 정책목표가 이번 기본계획에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달 확정될 심사항목 구성·배점, 평가방법 등 세부 심사기준은 공정하고 투명하면서도 정책목표 취지에 보다 충실하기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양질의 콘텐트 제작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이다. 고만고만한 케이블 채널끼리 아옹다옹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들과 당당히 품질을 겨루는 콘텐트다.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는 심층보도와 공익적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 ‘이불 안 활갯짓’에서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갈 오리지널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도 필수 요건이다.

서구(西歐)는 물론 중국마저 신문·방송·출판을 넘나드는 글로벌 미디어그룹들을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다. 자칫 우리만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방송은 우리 미디어산업이 선진화·글로벌화하는 기폭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