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비싸 포기 … 부산공장 풀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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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쌍용자동차는 솔직히 (인수가격이) 좀 비쌌다. 인수에 써야 할 돈도 돈이지만, 기업의 존속과 수익 창출을 위한 유지·투자 비용을 따져보니 더 그랬다.”

장 마리 위르티제(59·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밝힌 쌍용차 인수 포기의 이유다. 15일 서울 봉래동의 이 회사 사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한 말이다. 르노삼성이 속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애초 쌍용차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입찰엔 불참했다. 위르티제 사장은 “쌍용차 인수보다 좀 더 싼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르노삼성은 내수 시장에서 10만7915대의 차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좋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생산 능력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다. 쌍용차 인수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위르티제 사장은 “일단 기존 시설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생산라인을 최고 속도(시간당 64대)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2교대인 근무 방식을 3교대로 바꿔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란 말도 했다.

하지만 부산공장 증설 문제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그는 “한국은 좋은 투자처이며, 생산 능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현재 공급 과잉 상태”라며 “(증설을 하려면) 세계 시장의 경쟁 구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었다.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는 편이 서두르다 나중에 투자가 모자랐거나 넘쳐서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르노삼성은 SM3를 닛산 ‘서니’ ‘알메라’와 르노 ‘스칼라’ 등의 이름으로 수출해왔다. 구형 SM5는 르노의 ‘사프란’으로 수출했다. 올해 초 나온 뉴 SM5는 르노의 ‘래티튜드’란 이름으로 해외에서 팔린다. 위르티제 사장은 “래티튜드의 경우 다음 달부터 내년 2월 사이에 주요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며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블루온’을 발표하면서 관심이 커진 양산형 고속전기차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윗분’들에게 보이기 위한 시험용 차는 어떨지 몰라도 일반 소비자가 고속전기차를 타게 되는 시기가 오면 그중엔 르노삼성 제품도 반드시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기차도 ‘리얼 카(진짜 차)’로 만들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어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 4종을 개발 중이며, 이 중 하나는 뉴 SM3를 기반으로 만드는 차”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르티제 사장이 언급한 차는 프랑스 르노가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인 플루언스 ZE”라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도 2012년부터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위르티제 사장은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도 맡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그는 “한·EU FTA가 발효되면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가 늘겠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성장의 기회가 된다”며 “특히 한국 자동차부품 업계가 유럽 진출이 쉬워져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김선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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