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가장 원하는 병원 … 재발 관리 시스템이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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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암센터는 진료부터 검사·치료까지 최단시간에 진행한다. 환자의 대기시간을 줄여 신속하게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수술 결과가좋고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국내 사망자의 28%가 암으로 숨진다. 부동의 사망원인 1위다. 암은 국민 3~4명 중 1명이 진단받을 만큼 흔한 질환이 됐다. 환자가 워낙 많아서 그렇지 암에 걸렸다고 겁부터 먹고 포기하긴 이르다. 암환자도 이젠 10년 이상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본지 ‘대한민국 암 대해부’ 1부 4월 26일자). 암도 만성질환처럼 잘만 관리하면 그 이상의 삶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다. 암을 치료하는 수술과 항암제·방사선 요법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무기만 좋아진 것은 아니다. 암 치료 성적이 향상된 배경에는 암세포를 빠르게 잡아낸 다음 재발하거나 2차 암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선진화된 암치료 시스템이 숨어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암 치료 성적을 좌우하는 셈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암에 대한 정보는 의료진만 독점했다. 암을 진단받아도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은 많은 정보가 공개돼 환자들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찾아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삼성암센터는 암환자들이 가장 치료받고 싶어 하는 암 전문병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9대 암수술 건수 분석자료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전국 의료기관 중에서 2008년 1위에 이어 2009년에도 2위를 차지했다. 수술 건수 면에선 1~2위 병원 간 우열을 다투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적다.

삼성서울병원의 장점은 진료부터 검사·치료까지 최단시간에 진행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적기에 치료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부담도 적다. 보통 외래에서 수술까지 일주일이면 완료된다. 다른 병원의 암치료가 2주~한 달 이상씩 늘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신속한 원스톱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최고의 인프라에 있다. 현대 의료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선의 결과를 내기 어렵다. 삼성암센터는 3만3000여 평의 암환자 전용건물에 일본국립암센터 600병상을 능가하는 652병상을 갖췄다. 여기에 최첨단 장비를 갖춘 수술실이 20개다. 삼성암센터의 병상 대비 수술실 비율은 삼성서울병원 본원(1279병상에 수술실 31개)보다 높다. 여기에 51개의 외래진료실과 67개의 항암 외래치료실이 더해졌다.

암환자를 위한 신속한 치료가 제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병원에 입원하는 시간도 짧다. 선진의료기관은 재원 일수가 짧은 특징을 보인다. 미국 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삼성암센터의 평균 재원 일수는 6.8일이며, 메모리얼 슬로온 케터링 암센터는 6.3일, MD앤더슨 암센터는 7.3일이다. 국내 다른 3차 의료기관과 비교해도 삼성서울병원의 재원 일수는 가장 짧았다(2008년 심평원).

최신 의료기기와 첨단 수술실도 따라올 자가 없다. 삼성암센터는 암치료의 기본 무기인 토모세라피·로봇수술 다빈치·영상유도방사선치료기(IGRT)·PET-CT(양전자 방출 컴퓨터단층촬영) 등 최신 기기를 본원과 별도로 갖추고 있다. 또 중환자실과 수술실 천장에 모든 의료기기를 부착한 실링펜던트 시스템을 비롯해 초고속 진단검사 의학 자동화 검사라인 하드웨어, 전 병실 전동침대 등 선진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진료시스템도 이상적이다. 암치료의 세계적 추세는 기존 진료과 중심에서 벗어나 암별로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내과와 외과는 물론 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병리과 등 여러 의료진이 팀워크를 갖고 협진하고 있다. 삼성암센터도 일찍이 암의 종류별로 위암센터·폐암센터·간암센터·대장암센터·유방암센터·부인암센터 등 전문센터를 만들고, 각 센터마다 내·외과 교수가 함께 진료할 수 있는 협진실을 설치했다. 협진체계가 갖춰지고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면서 암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치료의 중심은 의사가 아닌 환자다. 의사는 환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중요해진 것이다. 삼성암센터는 교수연구실을 환자병동 내에 배치해 환자가 언제든지 교수연구실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곳곳에 전문 간호사를 배치해 암환자가 검사와 진료·수술을 받는 동안 일정을 상의하고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삼성암센터는 일찍부터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암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이나 이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암교육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립한 바 있다. 피로관리와 부종관리·통증관리·영양관리·스트레스관리·가족 간 대화법부터 외모관리와 요가·명상 등 40여 종의 교육프로그램으로 다양하다. 대부분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서 암환자와 가족의 호응도가 높다.

이주연 기자

“치료 원스톱 서비스 … 환자 삶의 질 높여”

심영목 삼성암센터장

삼성암센터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최대 규모와 최고 의료수준을 자랑한다. 처음부터 아시아 최고를 넘어선 세계 유수의 암센터를 목표로 한 덕분이다. 이제는 MD앤더슨암센터·존스홉킨스병원·메이요클리닉 등보다 나은 성적을 보일 만큼 성장했다. 삼성암센터의 심영목 센터장은 “암환자의 완치율과 생존율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암환자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어느 병원이 어떤 수술을 제일 많이 하는지는 의미가 없다. 그보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가장 편안하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상당수 환자는 암을 진단받은 뒤 꽤 오랫동안 병을 벗어나지 못하고 생활하다 사망한다. 그 기간에 환자라고 느끼면 진짜 환자가 되는 거다. 치료받을 때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그조차도 긍정적으로 느끼게끔 해야 한다. 병원의 새 역할은 환자가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삼성암센터는 암교육센터·정신건강클리닉·유전클리닉 등을 통해 기존 의사의 진료만으론 채울 수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암환자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암환자는 자기 병에 대해 빨리 알고 싶어 한다. 또 가능한 가장 완벽한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최단시간 내 진료·검사·치료가 되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진행하는 이유다. 새로운 환자가 연락하면 1·2차 병원에서 받은 검사 외 추가로 필요한 것만 파악해 바로 예약을 잡는다. 완벽한 치료를 위해 여러 의료진이 협진하고 있다. 암 질환별 팀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그 안에서 의견을 쉽게 공유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세계적인 의료기관과 비교하면.

“세계적인 일류병원이 되려면 진료와 교육·연구가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 삼성암센터가 ‘포괄적인’ 암치료센터를 지향하는 이유다. 진료 성적만으로는 MD앤더슨이나 메모리얼 슬로온 케터링 등보다 앞서는 것도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교육과 연구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아직 미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 부분을 발달시키고자 세계적 석학을 모시고 암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암전문의로서 암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병은 삶의 한 과정이다. 암은 예전과 달리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므로 암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 병은 환자 스스로 만드는 거다. 예컨대 폐암의 경우, 미국을 기준으로 5년 생존율이 17%다. 확률만 따져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없던 병도 생긴다. 반면 항상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면 같은 시간에 더 행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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