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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전성시대 … 인프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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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러면 월 5만5000원 이상 요금을 내면 무선 데이터를 한없이 써도 될까. 아직 미심쩍은 표정들이다.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다는 한 지인은 “‘3G(3세대)에 연결합니다’라는 문구가 휴대전화 화면에 뜨면 아직도 화들짝 놀라 무료 서비스 공간인 와이파이를 찾는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이른바 ‘서비스 품질(Ouality of Service) 제어’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SK텔레콤과 KT는 월 5만5000원 정액제 고객이라도 하루에 70~75메가바이트(MB)를 넘게 쓰면 서비스를 제한한다. 과도한 데이터 사용을 막기 위해서다. SK텔레콤 QoS 제어를 가리켜 ‘그게 무슨 무제한이냐’고 따지던 KT가 비슷한 QoS 제어정책을 내놓아 계면쩍게 된 것도 같은 까닭이다.

이들 업체는 이런 통제를 가하는 근거로 미국 AT&T를 꼽는다. 월 30달러 이상 요금제 가입 고객들에게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하던 이 회사는 트래픽 폭주로 통신 불통 사태를 겪은 뒤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6월부터 신규 가입자에게 15달러를 받고 200MB를, 25달러를 받고 2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종량제로 바꿨다. 전체 트래픽의 40%를 차지하는 상위 3% 데이터 과다 사용자들에게 사용료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서 당장 통신 불통 사태까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희수 박사는 “이용자들이 무선 데이터를 얼마나 어떻게 쓸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무선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라 통신망 효율화와 네트워크 증설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통신업계의 네트워크 투자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KT의 ‘모바일 원더랜드’나 SK텔레콤의 ‘데이터 하이웨이’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느리고 자주 끊기는 무선인터넷을 고객들이 참아줄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지 않다.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