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인간 광우병 사망 파문] 숨진 남성 영국 체류 때 감염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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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에서 인간 광우병 파문이 벌어졌다. 소가 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있지만 사람이 인간 광우병에 감염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숨진 남성의 감염 경로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남성이 1989년 영국에 한 달간 머물렀을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성이 일본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은 것으로 확인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이 '인간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 일본 광우병=2001년 8월 도쿄(東京) 부근 지바(千葉)현에서 사육 중이던 소 한 마리가 처음 광우병에 걸렸다. 당시 인간 광우병 파동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일본에선 쇠고기 판매가 많이 줄어드는 등 큰 파문이 일었다. 2003년까지 13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됐다. 일부는 육골분을 먹여 사육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골분은 가축의 내장.허드렛고기.뼈 등에서 지방 성분을 뺀 다음 건조시켜 믹서로 가늘게 분쇄한 것이다. 광우병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이후 소 사육과 쇠고기 유통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광우병 감염이 확인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에선 "사망한 환자가 일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어 광우병 파동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 오쓰지 히데히사 일본 후생노동상이 4일 도쿄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간 광우병 최초 발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 AP=연합]

◆ 한국은 안전지대인가=거의 그렇다. 한국은 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영국 등 유럽에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았다. 96년 이후 광우병 발생국가에서는 소.양에서 나온 육골분이나 골분 등 부산물의 수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캐나다에서 광우병 발병 사실이 알려지자 신속하게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대 수의대 이문한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소의 뇌.척수.내장 등 특정 위험물질(SRM)을 즐겨 먹는 것이 다소 불안한 부분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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