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 사람들' 네티즌 반응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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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 3일 개봉한 영화'그때 그 사람들'을 본 네티즌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중이다. "2005년 최고의 영화"라는 칭찬에서 "7000원이 아까운 최악의 영화"라는 비판까지 영화적 성취도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가 영화홈페이지(www.people2005.co.kr)와 각종 영화관련사이트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실망감을 드러낸 네티즌들은 명예훼손 논란이나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무게감있는 영화를 기대했던 경우다. '재미있게 봤다'는 관객중에도 10.26사건 전후의 현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젊은층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덧붙이고 있다.

우선 영화에 호감을 나타낸 네티즌들은 사회적 논란과 별개로 조연들에 이르기까지 고루 연기가 뛰어나고 촬영.음악.조명 등이 훌륭했다고 지적한다. "배우들이 무척 맘에 들어서 정치적 사건을 다뤘음에도 큰 거부감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한석규나 백윤식은 두말이 필요없는 연기의 달이니고 조연들로 나온 분들 내공도 만만치 않다"(아이디 종로) "재밌다. 독특한 구성으로 속도감도 있고 연기자들의 딱 들어맞는 배역이며 음악, 화면구성 모두 괜찮았다"(쿨 ̄) "너도나도 정치적이라는 단 한가지 시선으로만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 자체의 재미도 풍부한 영화니까"(24H PARTY PEOPLE)"주제가 주제인 만큼 상당히 무거울줄 알았는데 은근히 웃기더군"(열혈유준)등의 의견이다.

반면 사회적 논란의 크기에 비춰 영화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혹평도 많다. "정치적인 의도도 없고 그렇다고 대단하지도 않는 그런 3류영화에 불과했다. 내 짧은 생각은 그냥 사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흥행을 한번해보자는 그런 영화인것 같아서 속았다는 허탈감이 오는 영화였다."(속았다,쩝!) "뭔가 끄는 매력도 없고,별로 흡입력이 없는, 최근 국내 영화중에서는 최악의 영화였던것 같다.

이런 영화 걸어놓고 일부러 쌩쑈를 벌여서 혹시나 하는 관객들을 유인하려는 상술인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크다"(감상평)" 박정희 암살에 관해서 흥미로운 영화를 기대하고 갔다 실망만했다. JFK나 화씨911같은 영화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강윤식) 등이다. 제작진이 표방한 '블랙코미디'로서도 수준이하라는 평가도 나온다. "숱한 블랙코미디를 봐왔지만, 이 영화만큼 구성도와 감각, 그리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내내 지루한 느낌을 결코 지울 수 없었다. 사회적 센세이션만 없었다면 보지 않았을 것인데"(ruras)같은 의견이다.

흥미로운 것은 '학생''20대'등을 자처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네티즌들 가운데 영화만으로는 사건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홍여고인'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제가 본 영화중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화면기법,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린 영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좀 아쉬운 것은 저는 정말 이 사건과 배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영화 앞부분에서는 많이 헤맨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라 궁금하고 워낙 언론매체에서 많이 나와서 호기심도 생겼다"는 네티즌(아이디idabbc)도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일까? 영화는 10월 26일 하루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조금 긴장감이라든가 박진감이 부족하다. 사건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겐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전에 계획이 있었는지 아님 정말 그 날 하루에 결정 한 건지 영화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루동안에 벌어진 일을 다룬 영화이니만큼 극적 긴장감이 떨어져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러한 부분을 배우들의 명연기와 때깔나는 화면, 그리고 심도있는 공간감으로 메울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사전지식이 없이 보다보니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인지,그리고 왜 그런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약간 떨어지는것 같긴했다"(효자손)"극장안에서 다들 웃기도하고 숨죽여 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시대에 살지 않았던 저로선 동감이 가진 않아요, 아마 그시대에 살던 그때 그사람들이라면 또 모를까. 어른들은 정말 동감하시면서 재밌게 보시더라구요"(개구리)등의 의견도 비슷하다.

영화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법원의 판결로 영화일부가 삭제된 데 대한 관객들의 아쉬움은 주지의 사실. 특히 이 와중에 불거진 영화외적 논란 때문에 영화의 수용과정이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디 'cyscap1'을 쓰는 네티즌은 "우선 이래저래 자르고 나서 그런지 영화가 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같다"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정치적이지도 않고 작품성도 그저그런 영화에 이익집단들이 너무 설쳐서 웃으면서 볼 영화인데 '이게 그렇게 문제야?' 하면서 눈에 힘 빡 주고 보는 바람에 웃기는데서 웃지도 못하고.. 누구말대로 제일 큰 피해자가 관객이지 싶다"고 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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