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에 담을까요, 장바구니 빌려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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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다음 달 1일부터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가 사라진다. 환경부가 지난달 25일 5개 대형 유통업체와 맺은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점포’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하나로클럽·메가마트의 전국 350여 개 점포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가 중단될 예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비닐봉투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약 160억 장이 사용되고 있다. 이 중 대형마트에서 사용되는 비닐봉투는 1억 5000만 장이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비닐봉투 사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면서 “대형마트에서만 사용을 중단해도 매년 6390t의 CO2를 절감하고 사회적 비용 75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비닐봉투의 대안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고객이 있지만 아직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가격할인 경쟁을 벌여온 대형마트 업계에 또 하나의 전투가 벌어지는 셈이다.

롯데마트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이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각 대형마트의 일부 점포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한 ‘쇼핑백용 쓰레기 봉투’를 팔고 있다. 기존 쓰레기 봉투의 재질을 강화하고 손잡이도 만들어 쇼핑백처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쇼핑백으로 쓴 뒤 쓰레기 봉투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기존 쓰레기 봉투와 같다. 롯데마트는 현재 전국 86개 점 중 57개 점에서 쇼핑백용 쓰레기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규격은 10, 20, 30L 세 가지다. 롯데마트는 이밖에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아가도록 한 자율포장대를 확대하고, 종이박스 비치량을 늘릴 계획이다. 장바구니나 쓰레기 봉투, 종이박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종이봉투도 준비하기로 했다. 크기와 관계없이 한 장에 1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실시해 온 ‘비닐봉투 없는 점포’ 캠페인 덕분에 준비가 비교적 순조로운 상황이다. 현재 이마트 전국 128개 매장 중 72곳에서 비닐봉투를 판매하지 않는다. 이들 점포에서는 장바구니 사용 고객이 기존 30%에서 46%로 늘어났다. 장바구니 판매량도 늘어나 비닐봉투를 이용하는 다른 점포에 비해 평균 다섯 배 정도 많이 팔리고 있다. 자율포장대 이용률도 10%에서 22%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황종순 과장은 “종이박스 이용 고객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늘어나 박스가 달릴 지경이지만 호응이 좋을 줄 알았던 쇼핑백용 쓰레기 봉투 구매율은 1%를 겨우 넘겨 생각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집에 장바구니가 있는 고객도 매장에 올 때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도 확대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장바구니 초특가 판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쓰레기 봉투나 종이박스보다는 장바구니가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의 장바구니를 자체 제작해 기존 가격보다 낮게 판매하기로 했다.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 쇼핑백용 쓰레기 봉투 판매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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