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 매일유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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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런 정책의 혜택을 보는 대표적인 곳이 유(乳)업체들이다. 분유야 두말할 나위도 없고, 우유·요구르트·치즈 등의 주요 소비자는 어린이들이다. 또 요즘 산모가 갈수록 나이가 많아지는 것도 유업체들에는 호재다. 30~40대 산모는 20대보다 구매력이 강하다. 산모가 고령화될수록 유업체로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할 기회가 확대된다는 얘기다.

유업체 중에서도 특히 매일유업이 눈에 띈다. 사실 매일유업은 최근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말 이 회사 분유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면서 분유 판매가 많이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올 4월 자회사인 치즈업체 상하를 합병한 뒤 조직 정비에 힘쓰느라 치즈 분야 사업도 주춤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는 달라지고 있다. 연초 30%대까지 떨어졌던 분유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35%를 넘어섰다. 7월 초에 일반 분유보다 50~150% 비싼 프리미엄 기능성 분유를 내놓는 등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한 게 원동력이 됐다. 치즈 쪽에서도 체다·고다 등 각종 신제품 출시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흰 우유와 요구르트 쪽에서도 프리미엄급 신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또 하나 매일유업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것은 유아복 사업이다. 매일유업이 지분 50%를 가진 유아복 자회사 ‘제로투세븐’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알로&루·포래즈·알퐁소와 같은 브랜드를 가진 업체다. 2004년 118억원이었던 제로투세븐의 매출은 지난해 1481억원으로 5년 만에 11.6배가 됐다. 연평균 65%의 초고속 성장세다. 외국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백화점을 등지고 할인점에만 입점해 중저가 브랜드로 자리 잡는 전략을 쓴 게 주효했다.

2008년 시작한 제로투세븐의 중국 사업도 쑥쑥 크고 있다. 국내에서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고가 브랜드로서, 주로 백화점을 통해 팔리고 있다. 올 4월에 40개였던 중국 내 매장은 이미 70개가 됐으며, 연말께는 100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지난해 50억원이던 매출도 올해는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분유·우유·요구르트와 치즈, 그리고 자회사 사업을 통해 매일유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점은 이미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 7월부터 주가가 쭉쭉 올랐다. 13일 종가인 1만8300원은 전고점인 지난해 11월의 1만8650원에 거의 근접한 가격이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주당 순이익이 지난해 1450원에서 올해 2225원, 내년에는 2934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매일유업에 투자할 때는 이른바 ‘유업체 디스카운트’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유업체들도 그렇지만 매일유업도 영업이익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3~4%대다. 이 때문에 고속 성장하는 다른 산업이 증시의 주도주로 등장했을 때 유업체 주가는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
제1회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어워즈 음식료·소비재 분야 투자추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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