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무 접목│ 한국미용전문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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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용기술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의료분야와 접목하려는 시도도 일고 있다. 미용업계에 뛰어든 젊은이들은 이를 경쟁력으로 삼아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대학이라는 간판 대신 미용기술로 전문가를 꿈꾸는 한국미용전문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한국미용기술로 중국 업계에 한류바람

“한국미용기술로 중국시장에 진출해 미용업계에 한류바람을 만들 겁니다. 제 이름을 건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지난 달 한국미용전문학교를 졸업한 백승혁(26)씨는 다음 달 중국 심양으로 간다. 학교에서 배운 미용기술을 중국인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그 곳에선 10년 전 진출한 그의 어머니 엄주심(50)씨가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어머니를 도와 미용실을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는 2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해 한국미용전문학교로 입학했다. “선진화된 한국미용기술을 배우고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엄명을 받고 왔다.

학교를 다니며 미용업계에서 남자만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기르려고 노력했다. 디자인고를 다녔던 지식을 응용해보며 기술 연마에 창작력까지 불태웠다. 고객이 신뢰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예절을 익히고 외모도 가꿨다.

“어머니는 중국 미용업계에 뛰어든 1세대에요. 의심 많고 배타적인 중국인들 성향 때문에 첫 2~3년 동안 손님 한 명 받질 못하고 업소에서 새우잠을 잤어요. 다른 한국 미용실들도 거의 철수할 정도였죠. 그러다 입소문을 타고 믿음을 사면서 터를 잡기 시작했죠. 저는 2세대로 그 경험을 이어받아 최신 기술과 사업 능력을 더해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에요.”

의료기술 접목, 종합건강관리 기술로 향상

재학생들은 미용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 미용의 경우 자르고 꾸미는 것에서 벗어나 두피·모발 관리로 영역을 넓히는 식이다. 화장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도 얼굴 꾸미기에서 벗어나 얼굴 피부는 물론 전신피부 관리와 혈액순환 마사지까지 배우고 있다.

피부미용을 전공하고 있는 1학년 조수라(20)씨는 졸업 후 전공에 의료기술을 접목시킨 피부관리 전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고교 때 미용 관련 자격증을 4개나 취득했다. 이를 피부관리에 응용하는 능력을 키우려고 전문학교에 왔다. 조씨는 “환경오염 때문에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의료기술로 향상된 피부미용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미용 전문계고를 나온 이수빈(19)씨는 종합피부관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씨는 “두피를 비롯해 피부의 구성과 관리법을 자세히 배우고 있다”며 “졸업 후 화장과 손톱관리를 병행하는 미용실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슬(20)씨는 지난 5월 한국미용경기기능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미용 꿈나무다. 고향인 부산에서 올 초 서울로 와 대도시의 패션 문화와 유행을 체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낮엔 학교를 다니고 오후엔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로 출근한다. 김씨는 “졸업 후엔 미국으로 갈 계획이다. 패션의 본고장에서 보다 깊이 있는 전문기술을 익혀 세계적인 헤어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송하얀(21)·서유리(20)씨는 방송·연극영화계로 진출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배운 전문화장 기술을 무대·인물 분장 영역에 활용하려고 한다. 송씨는 “방송국에서 경험을 쌓으며 분장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씨는 메이크업과 헤어 자격증 3급을 따고 올해 2급에 도전하고 있다. 서씨는 “의상패션을 함께 배우고 있다”며 “네일아트 자격증도 취득해 화장·의상·손발 종합 관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자부심·도전정신 불어 넣어

김미종(27)씨는 한국미용전문학교 실습조교다. 5년 전 이 학교를 졸업했다가 지난 2월 연어처럼 되돌아왔다. 그 동안 4년제 대학에 편입해 미용을 전공했다. 지금 그는 전문학교에서 배운 실무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겸비하고 있다. “미용분야를 기능을 넘어 전문기술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기술과 이론으로 무장한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을 가르치는데 쏟고 있다. 진로상담도 자처한다. 대학 캠퍼스 생활을 자랑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으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도전정신을 불어 넣어준다.

“5년 전 재학시절 고민하던 제 모습을 떠올리며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죠. 대학을 나오고도 방황하는 청년 실업자들과 비교하며 기술연마로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그 덕에 최근 신입생 중엔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늘고 있다. 그는 퇴근 뒤엔 교육경험을 정리하고 미용전문서적을 탐독하며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미용분야의 전문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미용이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기술로 대접받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죠.”

[사진설명](왼쪽)한국미용전문학교 코디메이크업과와 뷰티아트과 학생들이 교내 실습실에서 서로 모델이 돼 화장 실습을 하고 있다. (오른쪽)다음 달 중국 미용업계로 진출할 백승혁씨가 교내 헤어디자인 실습장을 찾은 고객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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