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은 지겹지도 않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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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이 또 뒤통수를 쳤다. 어제 발간한 2010년 방위백서에서 일본 정부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지긋지긋한 노래를 다시 또 부른 것이다. 씨알도 안 먹힐 주장을 매번 반복하는 것이 일본은 지겹지도 않은가.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앵무새 같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보통 짜증스러운 게 아니다. 일본이 아무리 ‘우리 땅’이라고 외쳐도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의 영유권은 조금도 달라지는 않는다. 제발 그만 좀 하기 바란다.

우리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걸 보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꼭 한 달 만에 기어이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우리의 속을 긁어놓았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일본을 보는 듯하다.

방위백서에서 일본 정부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 영토와 독도의 영유권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부터 매년 방위백서에 유지해온 내용을 글자 한 자 바꾸지 않고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만큼 혹시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몽상(夢想)이 되고 말았다. 정권의 색깔을 떠나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일본 정치인들의 생각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셈이다.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독도를 둘러싼 부질없는 공방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공격해오면 우리가 반격하고, 잠잠해질 때쯤이면 다시 공방이 되풀이되는 패턴이 이어진 게 벌써 언제부터인가.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다. 일본이 아무리 떠들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떠드는 입만 아플 뿐이다. 생각이 있는 일본인이라면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해 독도를 분쟁 대상에서 내려놓을 때가 됐다. 일본 지식인들과 정치권의 각성과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