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굶주린 수단 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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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너 살이나 됐을까.

굶주림에 뼈마디가 드러나고

힘이 없어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소녀…

뒤편의 살진 독수리는

꺼져가는 이 생명을 노린다.

지구촌은 울었다.

우리의 무관심을 고발한

예술가의 한 컷에.

하지만 영광도 잠시.

사진보다 사람 목숨이

우선이었어야 한다는

비난이 고통스러웠던지

예술가는 상처받고 죽어갔다.

법관은 이를 인용하며

다른 예술가를 꾸짖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태도를 가져야

표현의 자유도 확보된다.

그것을 몰라 불행했던

예술가를 잊지 마라."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이 제기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에서 '굶주린 수단 소녀'(1994년)라는 작품(사진)을 찍었던 케빈 카터의 사례를 들며 일부 장면을 삭제토록 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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