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교 평준화냐, 비평준화 유지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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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원도교육청이 고교 입시제도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민병희 교육감 공약인 고교 평준화를 추진하기 위한 첫 조치다. 이에 따라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연구용역기관인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은 11월20일까지 연구보고서를, 2011년 2월까지 강원교육발전제안서를 제출하게 된다. 연구보고서는 춘천·원주·강릉지역 고교 입학 정책 수립을 위해 ▶고교 서열화 및 입시 과열 정도 ▶지역특성 및 통학여건 ▶고교 학생 수용능력 변화 추정 ▶고교 입시제도 개선에 대한 찬반의견 ▶현 고교 입시제도를 개선할 경우와 유지할 경우에 필요한 의견 등을 담게 된다.

강원교육발전제안서에는 ▶교육과정 운영 개선 ▶학교시설 개선 ▶교직원 구성 개선 ▶학교의 접근성 지원 ▶학교 이미지 개선 ▶교육의 질 향상 방안 등의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춘천·원주·강릉 지역별 공청회 및 설명회, 여론조사 등을 진행한다.

춘천고를 비롯한 춘천·원주·강릉지역 6개 고교동창회는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는 ‘강원사랑 바른 교육연합회’를 구성했다. 민병희 교육감 취임 후 고교 평준화와 관련해 가장 먼저 교육감을 면담하고 반대의 뜻을 전했던 이들은 6일부터 고교평준화 추진 반대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언론 기고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비평준화제도의 당위성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정태섭 춘천고 총동창회장은 “학교 선택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이런 권리를 박탈해 학교를 강제적으로 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중요 정책이 바뀌면 안 된다”며 “특히 고교평준화 같은 중요 교육정책 결정은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고교 평준화를 찬성하는 17개 고교동창회는 2일 원주에서 ‘강원 고교 평준화 추진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 모임은 10일 민 교육감을 방문해 고교 평준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비평준화의 폐해, 평준화의 당위성을 홍보할 방침이다. 이 모임의 상임대표 반종영 춘천 성수고 동창회장은 “비평준화에 따른 학교 서열화로 대다수 학생이 꿈을 잃고 자신감을 상실했으며 이는 도민 정서에까지 이어지는 등 폐단이 많았다”며 “고교 평준화로 인한 학력의 하향평준화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 대표는 “일부 기득권 세력이 편을 가르고 있다”며 “강원교육발전을 위해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란은 고교 동창회의 이해관계를 넘어 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2010 강원녹색성장포럼 제1차 정기포럼에서 최종찬 강원도민회장은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교육여건이 좋아야하며 고교 평준화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강원대 안범희(교육학과)교수는 “강원도는 현재도 교육경쟁력이 대도시 등에 뒤지며 이런 상황에서 우수 집단학생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비평준화가 유리하다”며 평준화에 반대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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