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얼’이 미국 북동부 해안을 강타했다. 허리케인이 미 북동부에 닥친 것은 1991년 허리케인 밥 이후 19년 만이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미 북동부에는 평균 35년에 한 번꼴로 허리케인이 닥친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NHC는 최대 풍속 시속 165㎞인 얼이 2일 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을 강타한 뒤 미 동부 해안을 따라 북상해 4일 오전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 해안에 상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은 당초 3등급에서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접근한 후 2등급으로 낮아졌지만 거센 바람과 폭우를 동반해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NHC는 경고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부터 델라웨어·매사추세츠주에 이르는 미 동부 해안 대부분 지역에는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됐으며, 이들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허리케인 얼의 영향을 받은 높은 파도가 2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프리스코의 부두를 덮치고 있다. [프리스코 AP=연합뉴스]
한편 허리케인 얼은 미 북동부에 더 많은 허리케인이 닥칠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은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미 북동부 지역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폭풍우를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을 뜻하는 허리케인은 기압이 낮고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데 지구온난화가 미 북동부에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는 주로 남부와 동남부에 집중돼 왔다. 미 북동부 지역은 낮은 온도 외에도 고기압과 해류 덕에 허리케인의 영향권에서 거의 벗어나 있었다.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은 아프리카의 케이프 베르데섬 인근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진행한다. 그러다 버뮤다 삼각지의 강력한 고기압에 부딪쳐 대개 진로를 동쪽 또는 북동쪽으로 틀며 바다에서 세력이 소멸되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이런 허리케인은 ‘물고기 폭풍(fish storm)’이라고 불린다. 물고기 이외에는 허리케인이 몰아 닥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발생했던 허리케인 대니얼이 이런 경우다.
그러나 미 북동부에 저기압골이 형성될 경우 허리케인이 북동부로 향할 수 있다. 허리케인 얼도 저기압골을 따라 북동쪽으로 북상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