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금융시장 이끈 신한WAY 사라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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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권에서 나온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신한WAY’라는 기업문화를 내세워 국내 금융시장을 선도했다고 자부했다. 경영원칙으로 ▶고객가치 창출을 최우선으로 삼고 ▶정도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인재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 청탁을 배제하고, 투서하지 않으며, 파벌주의를 타파한 걸 자랑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은행이 전임 행장이자 현직 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지자 ‘신한WAY’가 내동댕이쳐졌다고 금융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날 신한금융그룹은 ‘피고소인 신분이 된 신상훈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장 해임을 위한 정족수를 못 채워 이날 이사회는 연기됐지만,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듯한 인상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전평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을 ‘차도살인(借刀殺人)’으로 보고 있다. 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친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칼은 검찰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이 차명계좌 사건 이후 신 사장을 의심하다 이번에 약점을 잡아 제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확실한 오너가 없으면서도 오랫동안 1인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이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원한 한 컨설팅사 임원은 “노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라 회장과 신 사장 둘 다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한 직원은 “은행 내부 문제를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도록 발표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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