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부담 덜 것" 기업들 일제히 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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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총리(右)가 28일 신라호텔에서 경총 주최로 열린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뒤 조남욱 경총 부회장(左)(삼부토건 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

기업이 분식회계를 털고 갈 계기를 만들어주려 한다는 이해찬 총리의 공언에 기업들은 반색하고 있다. 기업 경영이 가장 투명하다는 미국에서도 소송 망국론이 제기될 정도로 폐해가 큰 집단소송제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이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가능해지면 막대한 소송 비용 때문에 경영이 부실해질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 저질렀던 분식회계를 아직 해소하지 못한 기업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이런 우려를 받아들여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당정 협의를 거쳐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2년간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내용의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앞으로 2년 동안 과거 분식회계를 드러내 정리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를 부결시키는 바람에 본회의 상정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당정이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한 데 이어 이날 총리가 이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면책은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증권소송법 개정에 반대했던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동안 과거 분식을 해소하지 못했다면 시간을 더 줘도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사면은 결국 분식회계 자체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의 과거 투명성까지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에 여당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과거 분식회계의 면책을 요구하는 것은 과거에서 현재로 계속 이어지는 회계의 속성상 단숨에 분식회계를 제거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당정이 추진하는 대로 2006년 말까지 2년간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재계는 이 때문에 이 총리의 발언을 환영하면서도 집단소송법 발효 이전에 발생한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완전한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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