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중국에 손 벌린 스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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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연초부터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던 스페인이 중국에 손을 벌렸다. 세계 최대의 외환(약 2조4000억 달러) 보유국인 중국에 스페인 국채를 더 많이 사달라는 읍소다. 중국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스페인의 요구를 넌지시 들어줄 태세다. 미국 국채에 집중된 외화자산의 위험 분산을 고민해온 중국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게다가 올해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스페인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적절한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맞다고 보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1일 중국의 유력 경제신문인 21세기 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스페인 국채를 더 많이 매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손을 잡는 게 스페인 경제회복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스페인 국채를 많이 사주면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한 스페인 정부가 (해외로부터의) 투자 흡인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7월에 10년짜리 스페인 국채 4억 유로어치를 사준 덕분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스페인 국채에 대한 신인도가 향상됐다”고 말했다. 중국에 깍듯이 감사 표시를 한 것이다.

채권자인 중국에 대한 채무이행 약속도 다짐했다. 사파테로 총리는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만기 도래한 국채 상환에 사용한다”며 “스페인의 상환 능력은 독일·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 삭감과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혁으로 스페인 경제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2분기 기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 실업률(9.6%)의 2배가 넘는 20%의 살인적 실업률을 대폭 낮추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사파테로 총리는 31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도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도 사페테로 총리는 “(스페인의 재정위기 국면에서) 중국이 적기에 큰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앞으로 중국이 스페인에 더 많이 투자해 주고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원 총리는 “스페인이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손을 잡고 도전에 맞서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스페인과 함께 상호 투자를 지속하길 희망한다”며 스페인의 투자 요청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구체적으로 언제쯤 스페인 국채를 추가 매입할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중국은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이 지난 2월 50억 유로 규모의 15년짜리 장기 국채를 매각할 때에도 중국은 적극 참여했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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