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가격 3% 인하는 합의가 아니라 일방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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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건 합의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수용한 것이다.”

최근 건설사단체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레미콘업계 모임인 영우회가 레미콘 납품단가 협상을 벌인 뒤 A레미콘업체 대표가 한 말이다. 이들은 2개월여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지난달 레미콘 단가를 ㎥당 5만4300원에 합의했다. 지난해(5만6200원)보다 오히려 3% 떨어졌다. A사 대표는 “건설업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지 협상이 아니었다”며 “레미콘업계에선 대·중소기업 상생이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당초 레미콘업계는 5% 단가 인상을 주장해왔다.

레미콘업계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건설 경기가 급랭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게 첫째 이유다.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1억2376만3000㎥로 2008년에 비해 8% 이상 줄었다. 올해는 더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다 주요 원자재인 시멘트·자갈·모래 값은 평균 8%가량 올랐다. 업계에서는 레미콘 제조원가가 ㎥당 3000원 이상 올랐다고 추산하고 있다.

레미콘조합 권태호 부장은 “원자재 값이 올랐는데, 납품단가가 떨어지면 업계에 집단 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B레미콘업체 임원은 “일부 건설업체이기는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나 콘도·골프장 회원권 같은 현물로 결제하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건자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업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관련 업계가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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