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채 패션' 그녀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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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인기 드라마는 거리의 패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지금 서울 동대문시장과 홍대 앞 등 거리의 점포를 점령하고 있는 패션은 지난해 말 막을 내린 KBS-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여주인공인 은채가 입고 나왔던 '은채 패션'이다.겹쳐입기(레이어드)의 진수인 '닛폰필'이 은채 패션의 기본이지만 세련되고 장식적인 면에 더 신경을 쓴 한국적인 스타일로 재창조한 것이다. 헐렁한 니트 스웨터와 카디건·7부 바지·어그 부츠 등 드라마에서 은채가 걸치거나 신고 나왔던 패션 소품들이 점포마다 넘치고 있다. 동대문 의류 도매상들도 '은채 옷'을 만들어내기에 바쁘다. 은채 패션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떻게 입어야 맵시가 나는 지 알아봤다. 은채 패션유행을 퍼뜨린 동대문 시장에도 다녀왔다.

◆'은채 패션'의 모티브는 '닛폰필'=은채 패션을 만든 스타일리스트 고병기씨와 김하경씨는 "은채의 직업이 스타일리스트이기 때문에 예쁜 옷을 입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모티브를 닛폰(일본) 스타일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은채 패션의 변치 않는 공식은 옷을 한 개만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끈 슬리브리스 티셔츠에 니트 스웨터를 입고, 그 위에 카디건을 입는 식으로 보통 3~5개 정도 겹쳐 입는다. 아래 옷도 마찬가지다. 미니스커트에 레깅스를 입고, 워머를 하고 어그 부츠를 신는 식이다.

드라마 초반 날씨가 따뜻해 겉옷이 가벼웠을 때는 목도리.베레모.머플러.가방 등 온갖 소품들로 단순한 겉옷을 보완해 주렁주렁한 느낌을 주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겉옷이 두꺼워지면서 소품이 줄고, 대신 겹쳐 입는 옷이 많아졌다.

◆'은채 패션' 제대로 입기=김하경씨는 "은채 패션을 그대로 모방할 필요는 없다"며 "단지 겹쳐입기 요령만 알면 얼마든지 세련되고 예쁘게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서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겹쳐입기 요령을 들어봤다. ▶검은색.흰색 후드 집업 셔츠 하나 정도는 마련할 것. 라운드 면 티셔츠 위에 후드 집업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점퍼를 입는다.▶V넥 단추 티셔츠도 레이어드 하기에 좋다. 안에 색이 다른 슬리브리스 티셔츠를 입고, 단추 티셔츠의 단추를 푼 뒤 아웃 웨어(또는 체크 셔츠)를 입는다.▶두 개의 셔츠 겹쳐입기. 슬리브리스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얇은 셔츠를 입은 뒤 단추를 3~4개 푼다. 그 위에 조금 두꺼운 셔츠를 입고 단추를 그보다 많이 풀고 아웃 웨어를 입는다.

◆동대문 패션 시장도 신바람="은채가 올 겨울 동대문 시장을 먹여 살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2)씨의 말이다. 김씨의 가게는 은채가 입었던 '로맨틱 빈티지 룩'니트를 평일에는 60~70장, 주말엔 100장 넘게 판다. 패션을 만들어 내는 곳은 TV 드라마지만 그 유행을 퍼뜨리는 곳은 동대문 시장이다.

동대문 시장 상인들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시청률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중순 은채 패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부 도매 상인이 먼저 은채 패션을 응용해 모양은 비슷하지만 '오리지널'과 조금씩 다른 패션을 내놓았다. 젊은 세대들은 TV에 나온 패션과 똑같으면 싫어하기 때문이다.

글=양선희.이철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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