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조직 위주 흘러가면 국립극장 희망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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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립극장 산하 4개 예술단체 중 하나인 국립극단의 이윤택(53.연출가.사진) 예술감독이 국립극단을 포함한 국립극장의 운영 체제와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립극장 산하 단체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26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감독은 "국립극장이 이대로 가서는 희망이 없다. 극장의 제도.직제.대우 등에 관한 원론적인 얘기를 드린다"며 운을 뗐다. 그는 먼저 "극장 조직이 공연 중심으로 굴러가야 하는데 현재 극장장에게 인사와 예산편성 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 예술감독들에게도 실권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연 제작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극장의 행정조직을 거쳐야 하다 보니 제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국립극단의 경우 4월 말 해오름 극장 무대에 올리는 연극 '떼도적'을 위해 오디션을 거쳐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배우 17명을 뽑아놨지만 이들을 위한 연습비는 한 푼도 책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 때문에 "하루 8~9시간씩 힘들게 연습하는 외부 충원 배우들에게 점심값을 지급하고 싶어도 현재 운영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장르별 전용극장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립극단의 경우 오디션 한 번 없이 10년, 20년 극단 소속 배우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연 수익이 발생해도 다음 공연 제작에 투자하지 못하고 국고로 귀속되는 점, 극장장의 직급이 대부분 장.차관급인 외국의 경우와 달리 2급에 머물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장기발전 계획을 문화관광부에 보고했지만 영 무관심한 것 같아 불만을 털어놓게 됐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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